‘내 집앞 주차금지’…노상적치물 눈살 주택가 이면도로 폐타이어·물통·라바콘 즐비 도시미관 저해, 운전·보행자 불편…대책 시급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8년 02월 01일(목) 20:10

주택가에 설치된 노상적치물.

‘나부터 편하고 보자’는 아쉬운 시민의식 탓에 다른 사람의 주차를 막으려는 각종 장애물(노상적치물)로 광주지역 주택가 이면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더욱이 엄연히 불법임에도 개인이 도로를 사유화해 통행·주차 불편을 초래한 것은 물론 주택가 미관까지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북구 두암동 주택가. 이곳 주택가 이면도로 곳곳에는 주민들이 각자 자신의 집 앞에 물통과 화분 등을 가져다 놓은 각종 노상적치물들로 가득했다.

주차된 차량의 바로 앞·뒤에는 라바콘(원뿔모양 기둥), 폐타이어 등이 비치돼 있었다.

물이나 시멘트를 채운 플라스틱통 등 손수 제작한 구조물도 눈에 띄었다. 심지어는 도로공사 현장에 사용되는 안전표지판까지 등장했다.

일부 주택 대문이나 울타리 앞에서는 타인이 치울 수 없도록 타이어나 라바콘에 철사나 노끈을 연결해 놓은 광경도 목격됐다.

이면도로 구석에는 휘발유통, 페인트통, 벽돌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이들은 필요시 언제든 주차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집 주인이 자동차 시동을 걸기 전 차량 앞·뒤에 있는 노상적치물을 한쪽으로 치우는 가 싶더니 차량을 이동 후 그 자리에 3개의 장애물을 잇따라 설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같은 시각 남구 진월동에 위치한 한 주택가 이면도로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차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어김없이 자신의 영역임을 알리는 화분이나 타이어가 주차금지를 알리며 타인의 차량을 막고 있었다.

특히 상가나 집 앞의 도로 곳곳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타이어 등이 양쪽에 한 줄로 늘어져 있어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운전자 한모(38)씨는 “자기 집 앞이 개인 주차장도 아니고 온갖 사물을 이용해 막아 놓는 행위는 잘못된 것 아니냐”면서 “같이 쓰는 공유지에서 막무가내로 화분 등을 설치해 주차를 막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상점이나 원룸 건물 주변도 ‘손님의 차량을 주차해야 한다’거나 ‘골목 통행이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로 조잡하게 만든 구조물을 내놓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현상은 동구 계림·동명동, 서구 화정·염주동, 남구 월산·진월·주월동, 북구 우산·중흥·두암동, 광산구 송정동 등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공통으로 일어나고 있다. ‘도로는 공공시설’이라는 주민 인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행정기관은 이 같은 주차 방지용 장애물 정비에 소극적이다. 단속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광주 한 구청 관계자는 “단속 대상 지역이 광범위하고 단속해도 곧 같은 문제가 재발해 근절이 어렵다”면서 “노상 적치물에 대한 민원이 접수되는 곳을 중심으로 정비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도로는 공동의 재산’이라는 시민인식부터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