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얼짱 각도 수필 허문정
2018년 02월 05일(월) 18:53
나는 ‘얼큰’이다. 더러는 ‘얼짱’이라고도 부른다. 원래 ‘얼짱’이란 신조어는 얼굴이 아주 잘 생긴 남자나 예쁜 여자를 뜻하나 나한테 붙여진 ‘얼짱’은 ‘얼굴이 짱 크다’는 소리이고 ‘얼큰’이는 얼굴이 크다는 말이다. 둥글고 넓적한 얼굴 덕에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는 말을 들으며 자랄 때는 자랑스럽기조차 했는데, 요즘엔 얼굴이 못생겨서 짜증난다는 ‘얼굴 짱나’ 소리 안 듣는 것만도 다행이라 여겨야 한다. 잘생긴 건 기본이고 얼굴이 조막만 하고 턱이 V자형이라야 미인 미남이라 하고, 키가 크고 몸은 바짝 말라야 각광받는다. ‘얼큰’이에다 항아리 몸매를 한 나는 요즘 아이들이 싫어하는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첨부할 사진이 한 장 필요해서 셀카를 찍는데, 얼굴이 달덩이다. 얼굴을 작게 찍어보려고 팔을 최대한 뻗어보지만 힘을 주니 표정이 더 부자연스럽다. 셀카봉을 사자니 그렇고, 남 앞에서는 표정 짓기가 어색해져 휴대폰만으로 셀카를 찍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다.

사진을 모두 삭제하고 다시 찍으려는데 장난기가 발동한 딸아이가 얼굴을 쏙 들이민다. 사진 속 딸과 나의 얼굴이 확연히 비교된다. 실제 딸의 얼굴이 작기도 하지만 훨씬 작고 갸름하게 나온다. 젊으니까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고 했더니 ‘얼짱 각도’로 찍어서 그렇단다.

‘얼짱 각도’ 란 턱을 들지 않고 휴대폰을 머리 위에서 30도 정도 꺾어 내리 찍는 방법이란다. 따라 해보니 정말 내 얼굴보다 작고 갸름하다. 마술 같은 ‘얼짱 각도’에 놀라워하자 딸은 한 술 더 떠 ‘얼짱 폰’ 이라는 것도 있다고 알려준다. 회전형 카메라를 폴더 끝에 장착해서 렌즈가 시선 위의 이마 부위에 맞춰져 있기에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다고 한다. 문명 앞에 나는 늘 외계인이 된 기분이다.

몇 해 전부터 사진을 찍으면 수북한 나이가 찍혔다. 나름 환하게 웃어보지만 잔주름 가득한 사진은 친정엄마를 보는 듯했다. 아마도 나이는 카메라가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것 같다. 해서 꽃이나 풍경사진을 주로 찍었는데 가끔 원고 청탁이 있을 시 사진을 첨부하라고 해서 곤혹스럽다. 예전 사진을 보내자니 독자를 속이는 기분이 들고 요즘 사진은 나이 든 모습이 내키지 않는다.

작년에 운전 면허증을 갱신하려고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사진사 아가씨가 말하지 않아도 주름을 없애고 얼굴 윤곽을 좁혀주었다. 비틀린 얼굴 대칭까지 잡아주니 정말 예쁘고 젊어졌다. 기분이 좋았지만 아무리 봐도 내가 아닌 듯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고 했더니, 예쁘게 찍어주면 다들 좋아하는데 이상하다는 눈치였다. 양심상 살짝만 손봐달라고 했더니 금세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게 해줬다.

아름다움도 스펙이 되는 세상. 마음이 우선이라지만 잘 생긴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첫 만남에서 인상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아름다움이나 취업을 위해서 성형수술이 보편화 되다시피 했다. 한 친구는 아들 눈썹이 쳐져서 수술을 해주려는데 부작용이 있을까봐 자신이 먼저 해보고 해주겠다며 마루타가 되기를 자청했다. 아들을 위한 지극한 모성이라지만 속내에는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고 싶은 욕구도 숨겨져 있었으리라. 고통과 비용,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만 두렵지 않다면 나도 주름 좀 없애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고대 애꾸눈 왕 안티고노스는 자신의 정면 초상화에 실망하다 옆모습을 그린 초상화에 대만족했고, 이마가 비정상적으로 긴 아테네의 페리클레스는 투구를 쓴 초상화를 남겼다. 자신의 결점은 가리되 거짓이 아닌 모습, 시대를 넘어 그들이 현세에 살았다면 얼마나 뿌듯해 했을까. ‘얼짱 각도’ 로 사진을 찍고 싶은 나나 그들이나 아름답고 멋진 모습이고 싶은 욕망은 같다고 본다.

‘얼짱 각도’로 다시 사진을 찍는다. 서툴기는 해도 얼굴이 좀 갸름하게 나온다. 사진 속에서나마 ‘얼큰’이에서 벗어나려면 이 정도 수고쯤은 감수해야 한다. 나이 듦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마음만이라도 젊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성숙한 내면과 어진 마음이 어우러진다면 더욱 매력적인 모습이 되리라. 연예인 사촌쯤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며 혼자 웃으며 셀카를 찍다보니, 마음의 주름이 먼저 쫙 펴진다. 딛고 선 마당까지 환하다.


<약력> 월간문학 수필 신인상, 한국문인협회, 광주문인협회, 대표에세이, 무등수필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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