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자신과 자기자리 김희준 |
| 2018년 02월 19일(월) 18: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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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자기 자신과 자기자리를 혼동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주변사람들로부터 받고 있는 환대나 우대가 자기 자리 때문인데 마치 자신이 잘나서 그런 것으로 착각에 빠져 있어서 굳이 계속 연락하고 싶지 않아서였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의 태도는 자신이 타인보다 월등히 우수한 것처럼 착각에 빠져 매우 거만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들 중에도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출입처에서 기자를 환대하는 것은 그곳을 취재하는 기자라는 신분 때문인데 마치 본인이 훌륭해서 그런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은 그런 사람들과는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 업무관계가 끝나면 전화번호를 바로 지운다고 했다. 그래서 평생 연락할만한 사람과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만 연락할 사람을 구분한다고 했다. 좀 극단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당히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이는 공직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고위직에 있는 경우 주변인들로부터 우대와 존경을 받는 것은 그 자리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마치 자기 자신의 실력과 인품이 탁월해서 본인자체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공직에 있으면서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마치 그 자리가 영원히 자기 것인 것처럼 행동을 한다. 아랫사람의 의견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너희들이 무엇을 알겠느냐는 태도를 취하면서 그냥 지시를 따르면 된다는 식이다. 이러한 구조 하에서는 ‘하의상달’은 막히고 지시와 명령만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조직은 생기를 잃고 그저 윗사람의 눈치만 살피고 복지부동의 기류가 확산된다. 이러한 조직이 발전해 나가기는 어렵다. 자리는 일시적이고 자기 자신은 평생이다. 자기자리를 자기 자신과 혼동하는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나고 나서야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알게 된다. 좋은 자리에 있을 때 그 자리와 자신을 혼동하면서 행동했던 사람들은 그 자리를 떠났을 때 자기 주위에 자기 사람이 없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검찰 고위직에 있다가 변호사 개업을 한 사람들 중에도 이런 경험을 하면서 후회하는 사람들을 봤다. 검사장급 이상 출신 변호사의 경우 재작년부터 연간 100억원 매출 이상 로펌에 취직이 금지돼 있어 대부분 혼자 개인사무소를 외롭게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직에서와는 전혀 다른 대우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있다. 현직에 있을 때는 의전에 따라 온갖 예우를 받지만 막상 나오면 혼자서 외롭게 식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본인이 직접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된다. 현직에 있을 때는 그렇게 깍듯하고 자주 연락 왔던 사람이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거나 대하는 태도가 예전 같지 않음에 기분 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공직에 있을 때 자리에 도취되지 않고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었다면 보다 더 나았을 것이다.
진정한 인간관계는 자리나 위치에 좌우되는 관계가 아니라 어떤 상황과 환경 속에서도 변치 않는 관계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바람직한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야 형성되는 것일까? 자리보다는 자신을 인간관계의 고리로 삼아야 한다. 자리에 도취돼 거만하거나 그저 위만 바라보면서 주변을 살피지 않으면 자신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속으로는 비난을 한다. 자기 자신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타인을 배려하면서 자리가 아닌 인간적인 면모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지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진 것도 자기자리와 자기자신을 혼동하는 사람들이 중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 본다. 자리에 도취되고 권력에 도취돼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모르기 때문에 자신이 손해볼 수도 있는 이타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승진하기 위해 권력자만 바라보면서 국민보다는 권력자의 의중에 맞는 결정을 하려고 한다. 이러한 행동에 권력자는 우선 마음에 들겠지만 국가는 병들어가고 국민은 힘들어 한다. 자리와 권력은 유한하다. 자기자리와 자기자신을 구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