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고로쇠 물 시 이윤수
2018년 03월 05일(월) 19:12
눈 덮인 산야에서 앙상한 맨 몸으로
북풍한설 모질게 견디며
봄이 오는 소리에 기지개 펴고
하늘 향해 화답하듯 반가운 눈물을 흘리는가

봄 여름 가을 지나고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아름다운 붉은 단풍의 자태를 뽐내려
인고의 세월을 참고 참으며
메마른 줄기에서 품어내는 감로수

골고다 언덕의 성자에게 드리는 생명수 한모금
고불 매화와 벚꽃에게 찬란한 봄의 환희를 내어주고
속살 드러내지 않는 내장 단풍의 고운 자태 기리며
고로쇠 물을 아낌없이 내주는 단풍나무의 꿈

<해설> 이른 봄 고로쇠 수액은 신비한 생수인양 인간에게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깊은 산속 단풍나무마다 링거주사를 맞는 것처럼 밑둥에 호스를 꽂고 서있다. 가을에는 화려한 나뭇잎을 드리우고, 새봄이 오면 겨우내 시린 바람을 맞으며 품어온 수액을 세상 밖으로 내보낸다. 헌신하는 나무의 이미지가 봄날만큼 눈부시다.

<약력> 광주시협, 전남문협, 서은문학회, 호남시조문협, 광주수필, 수필문학, 현대문협, 문학춘추 회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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