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 방치 구도심 일대 일본식 가옥·병원·상수도시설 등 밀집 문재인 정부 도시재생사업 적극 추진과 동떨어져 군 “문화재가치 없다” 외면…역사관광자원 활용을 완도=윤보현기자

2018년 03월 18일(일) 19:45

완도군이 산재한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관리에 지극히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한 주민이 완도읍 주도리 일대 구도심(본정통)에 남아있는 일본식 건물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완도군에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근대문화유산이 산재해 있지만 군의 무관심으로 실태파악조차 되지 않은 채 사라져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국에서 역사문화 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군은 문화재적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들을 방치하고 있다.

전남도 ‘전남 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사업’(2003.12) 자료에 따르면 완도군에는 일본인여관과 옛 완도경찰서장 관사 등 일본식가옥을 비롯 당사도 등대, 창고, 상가 등 18건이 근대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돼 있다. 이밖에도 군청 주변 성내리, 주도리 일대에는 일본인이 운영하던 병원건물과 상가건물, 상수도 시설 등 다수의 근대문화 유산이 남아 있어 일제강점기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주민들의 증언과 학술논문에 따르면 완도는 김 등 해조류 양식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고 산림이 풍부해 숯 생산이 적합해 구한말부터 많은 일본인들이 들어와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제는 합방 후 완도항 주변을 매립한 간척지에 드넓은 시가지를 조성하고 학교 등을 세워 완도를 수산업 거점으로 개발했다.

완도가 양식업이 발전한 것은 리아스식 해안으로서 수심이 얕고 조류의 순환으로 영양염류가 풍부해 해조류 산업에 유리한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고 일본 본토와도 가까워 수산물 수탈이 용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1930년 완도면에는 전체 1천489가구 가운데 일본인이 99가구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특히 신기리 포구는 일본 어민들이 들어와 주낙으로 갯장어 고기잡이를 했던 곳으로 지금도 ‘가마구미’로 불리고 있다. ‘가마구미’는 만(灣) 형태를 이루고 있는 지형을 일컫는 일본말이다.

이때 일본 어민 16세대가 들어와 일본식 주택을 짓고 생활했는데 집안에 욕조와 화장실까지 갖추고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일본인은 70년대 중반까지도 마을을 방문해 인근 산에 있는 신사터를 찾아 참배하는 것이 목격됐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흔적이 없어지고 70평 대지에 주택 한 채가 남아 있는 상태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관리가 안돼 허물어지기 직전이다.

마광남 완도문화원 이사(전남도무형문화재 조선장)는 “마을에 남아있는 일본인 어부 가옥을 복원해 작은 주낙박물관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군에 건의했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군청 주변 성내리, 주도리 등 ‘본정통’ 일대에는 일본식 가옥과 병원건물, 상수도 정수장 등 일제시대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관광코스로 개발하면 공동화돼 가는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학술적으로도 해조류 생산 환경과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은 이들이 겉모습은 유지하고 있으나 내부구조가 변형돼 문화재로서 가치를 잃었다며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장보고와 이순신장군과 관련한 역사조명에 집중하다보니 근대역사유산에 대해서는 관심이 소홀했다”며 “조만간 기초조사를 실시해 활용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박준수기자 jspark@kjdaily.com

/완도=윤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