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멍 때리기’가 필요한 현대인 이윤배 |
| 2018년 03월 19일(월) 1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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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다 보니 이런 저런 특이한 사회적 이슈들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멍 때리기’다. 멍 때리기란 한 마디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다.”를 의미하는 속어로,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한눈을 팔거나, 넋을 놓은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현대인들이 빠른 속도와 경쟁 사회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체험을 목적으로, 2014년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정례적으로 열리고 있어 이채롭기까지 하다.
이 같은 멍 때리기에도 ‘좋은 멍 때리기’와 ‘나쁜 멍 때리기’가 있다. 멍 때리기의 좋은 점은 바로 뇌를 쉴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내내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뇌에게 잠깐의 휴식 시간을 주는 것이다. 멍 때리는 시간을 갖다 보면 복잡했던 머리가 정리되면서 안 풀리던 일들의 실마리가 보이기도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특히 좋은 멍 때리기는 잠깐 멍 때리기 때문에 짧고 단순하며, 교감 신경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반면에 나쁜 멍 때리기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우울, 불안 등의 생각에서 헤어 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누워 있는데 갑작스럽게 ‘흑(黑)역사’가 떠오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흑역사 또는 과거의 수치심을 느낀 경험, 안 좋은 기억들이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떠오르게 된다. 이 같은 나쁜 기억들은 끝도 없고 해결책도 없다. 대신 계속해서 나쁜 것들을 생각하기 때문에 감정 소모만 계속될 뿐이다. 그 결과 마침내는 자기 연민, 자기 부정 등등으로 인해 정신 질환으로까지 발전되기도 한다.
일부 정신과 의사들은 끊임없는 자극이 뇌에 밀려들어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요즘 같은 세상에 ‘멍 때리기’는 효과적인 뇌의 휴식 방법이라고 멍 때리기를 예찬하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 현대인들의 뇌는 잠시도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는 물론 쓸데없는 고민, 걱정거리를 뇌에 한 가득 채우게 된다. 그 결과 뇌는 늘 과부하 상태가 된다. 이 같은 뇌의 상태를 멍 때리기를 통해 불필요한 정보들을 과감히 삭제해, 필요에 맞게 재정비하고, 새로운 생각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멍 때리기 예찬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스웨덴의 인지신경과학자인 토르켈 클링베리 교수는 사람의 뇌가 한꺼번에 여러 가지의 정보를 저장하려고 하면 인간의 뇌는 그냥 멍한 상태가 된다고 한다. 즉, 과잉 정보, 역할 과부하 상태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의 뇌는 늘 멍해지기 쉬운 조건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멍 때리기는 여전히 정보를 처리하고자 애쓰는 상태로, “푹 자고 싶다고 했더니, 잠깐 졸아도 된다.”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멍 때리기를 예찬하든, 부정하든 현대인들의 뇌가 혹사당하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매일 매일 그 양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쏟아지고 있는 각종 자료나 정보, 그리고 이제는 괴물(?)로 변해버린 인터넷, 스마트 폰, SNS 등등… 이런 까닭에 혹사당하고 있는 뇌를 잠시라도 쉬게 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는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나쁜 멍 때리기를 좋은 멍 때리기로 바꾸는 방법은 먼저 멍 때리기를 하나의 ‘정보’로 인식하는 것이다. 특히 지금 나쁜 멍 때리기를 하고 있다면, 이를 멈출 수 있는 명상과 같은, 집중이 필요한 일을 해 보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이래저래 멍 때리기는 현대인의 뇌를 쉬게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