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마늘 한 쪽 시 김정

2018년 03월 26일(월) 19:32

비실비실 말라가는
마늘 한 쪽
유리컵에 담아
물을 부어준다

하루가 다르게
기운을 찾더니
물 속으로 발 뿌리를
쭉쭉 뻗는다

다친 마음의 사이를
비집고 파릇하게
새 순이 돋아 나
꼭 앞산 봉오리 같다

엄지 만 한
몸뚱이가
푸른 산을 이고도
까딱없다.

<해설>시는 발견의 미학이다. 말라가는 마늘은 양념으로는 쓸모가 없다. 대신 물컵에 담가놓으면 어느 새 파란 싹이 돋아난다. 왕성하게 무럭무럭 올라오는 새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운 생명의 숨결을 느끼게 한다. 시도 마찬가지이다. 하찮은 사물을 바라다보면 어느 순간 화들짝 멋진 시상이 떠오른다. 마치 만개한 벚꽃을 보는 것 같다.

<약력>현. 광주문협이사, 장흥 별곡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