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상가건물 화재 일가족 3명 참변 화장실로 피했지만 유독가스 못 막아 숨져 투병 아들 돌보며 미소 잃지 않던 동네맛집 순천=정태화 기자

2018년 04월 08일(일) 20:01

7일 오전 순천시 왕지동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2층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른 새벽 순천의 상가건물에서 불이 나 일가족 3명이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더욱이 화재 당시 화장실로 급히 피신했지만, 유독가스를 막지 못해 숨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8일 순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4시8분께 순천시 왕지동의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상가건물 2층 A(39)씨의 집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A씨의 아내(33)와 11살 딸, 8살 아들이 사망하고 A씨도 중상을 입었다. 화재 당시 매캐한 연기에 잠에서 깨어난 A씨의 아내가 119에 전화를 걸어 소방대가 신속히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불길이 절정에 달한 상태였다.

전기배선이 위치한 1층 옥외계단 옆 식자재 창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 화재는 식당 대부분을 태운 후, 가족이 살던 2층으로 번졌다.

식당 옆에 주차한 차도 불타고 있었고, 옆 건물 벽면에도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소방대는 곧장 소방수를 뿌려 진화작업에 돌입하는 동시에 사다리에 올라 2층 창문을 깨고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거센 화염과 연기 속에 천장마저 무너져 내리면서 구조를 방해했다.

소방대원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집안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일가족 4명을 발견했다. 부부가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딸과 아들을 깨워 화염과 연기를 피해 화장실로 대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딸과 아들은 연기를 흡입해 이미 숨진 상태였고, 아내 B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오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 초기 현장 도착 당시 이미 불길이 거세 탈출구가 막혀 가족들이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불이 난 상가 건물은 크기가 작아 소방시설 설치대상이 아니었다.

화재원인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샌드위치 패널 소재가 급격한 화재 확산의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의식이 돌아온 A씨가 안정을 취하는 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화재로 숨진 일가족은 상가 1층에서 초밥 전문 일식당을 운영하면서 투병 아들 돌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A씨의 식당을 자주 방문했다는 시민 김모(38)씨는 “맛뿐만 아니라 부부의 친절한 미소가 기억에 남던 식당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순천=정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