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평온(平穩)

2018년 04월 11일(수) 19:07

오후 늦게 상담을 했던 어느 중년 신사는 과거의 실패가 그에게 큰 깨달음을 줬다고 한다.

“20대부터 사업을 시작해 부도나기 전까지 이미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해서 평생 먹을 만한 돈을 벌었지만 저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20대부터 40대까지 기업을 이루려고 아이들과 거의 놀아본 시간도 없었고 와이프와 해외여행도 한번 안 갔습니다. 그렇게 일궜던 기업이 부도가 난뒤 한때는 자살까지 하려 했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제게는 넉넉함과 평화가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부도가 난후 자신이 맨 처음 사업을 일궜던 기술을 가지고 지금은 종업원도 거의 없는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장 평온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통장에 돈이 넘치도록 있지 않지만 와이프와 여행도 다니고 운동도 같이 다닙니다. 아이들은 다 커버려서 지금은 놀아주고 싶어도 못 놀아주는 것이 제일 미안하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얼마든지 통화도 하고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항상 곁에 있듯이 소통하고 사랑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때의 실패가 있지 않았더라면 저는 지금도 돈은 쓰지도 못하면서 대기업이 되려고 죽을때까지 돈만 보고 따라갔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결코 꿈을 성취하지 못한 실패자의 변명이 아니었다. 진심으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은 현자(賢者)였다.

“지금도 제가 맘만 먹으면 사업장을 더 키울 수 있지만 저는 다시는 돈을 위한 인생을 살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제 가족과 저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돈을 벌 겁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공자는 “높은 낭떠러지를 보지 않으면 무엇으로 추락하는 환난을 알 것이며, 깊은 못에 가지 않으면 무엇으로 익사하는 환난을 알 것이며, 큰 바다를 보지 않으면 무엇으로 풍파의 환난을 알 수 있을 것인가”라고 했다.

인생의 폭풍우는 잠재적으로 의미심장한 사건이며, 그것을 통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실제로 역학(易學)에서 대운(大運)의 흐름은 반드시 나쁜 운(運)이 온 후에 좋은 운(運)이 오게 돼있다. 즉 현실적으로 큰 성공을 하기전에는 큰 시련과 실패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며 정신적으로 큰 깨달음을 얻으려면 인생에 대해서 누구보다 깊은 슬픔이나 상처를 겪어 본 사람이나 지독한 염세와 허무에 빠져 본사람만이 영적인 각성(覺醒)을 추구하게 된다. 음(陰)이 양(陽)으로 변하고 양(陽)이 음(陰)으로 변하는 것은 역(易)의 가장 중요한 변화(變化)의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