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걷기명상’ 김규랑 |
| 2018년 05월 10일(목) 18: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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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이 참 좋다. 길을 걷는다. 봄이 오면 늘 찾고 싶은 그 곳, 초록 숲으로 물든 섬진강 장군목 둘레길. 바쁜 삶 속에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내면의 평화를 얻고 싶어 나섰던 길, 참으로 오랜 만에 걷는 걸음이다.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내면이 강물처럼 흐르고 몸이 바람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자연은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조금만 걸어도 힘들었던 내가 하루 종일 만보를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힘이 나는 트랜스워킹을 경험한 것이다.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트랜스워킹(trance walking). 수 만년 동안 인류는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걸어왔다고 한다. 최근 1백년 전까지도 아프리카, 호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의 원주민에서 아메리카 인디언, 유럽의 전통사회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걸었던 걸음이기도 하다. 트랜스워킹은 이들의 걸음법을 복원해 현대화한 것이다.
‘트랜스워킹’의 저자 서정록 선생님은 제3세계 원주민, 북미 인디언에 이르기까지 고대인들의 지혜와 문화, 정신세계를 끝없이 탐구해온 분이다. 자기탐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걸음법으로, 신이 인간에게 준 걸음법을 우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했다. 십여년 전 인디언 문화를 경험하는 모임에서 만났던 선생님을 다시 만나 걸었던 그 시간, 봄날의 축복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해 조금은 낯설었던 걸음법, 무릎을 약간 구부린 자세로 걸었던 걷기 트랜스워킹. 나를 둘러싼 세계를 새로 발견하게 해주며,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다독여주고 치유해주는 느낌. 이상하게도 걸을수록 힘이 나고 몸에 활력이 생겼다. 이처럼 일정한 속도로 걷게 되면 ‘트랜스 상태’에 이르게 된다. ‘트랜스(trance)’란 의식의 상태에 일종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일상의 번다한 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에고로부터 풀려나게 되는 경험이다. 매일 일상에서 걸으면 되는 것이다.
트랜스워킹을 할 때는 몸의 힘을 빼고 릴랙스 상태에서 자기 걸음 만큼만 발걸음을 움직이며 걸으면 된다. 결코 무리하게 팔과 다리를 움직여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최소한의 에너지로 온 몸통으로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이렇게 완전한 릴랙스 상태에서 걸으면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걷는 게 더욱 재미있어진다. 걸을수록 자꾸만 걷고 싶어지는 트랜스 워킹은 단순히 건강을 위한 걷기와는 달랐다.
현대는 호모워커스(Homo Walkers)의 시대, 걷기를 통해 건강을 찾아가는 신인류 문화건강족이란 의미이다.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으로 사람들은 흔히 등산이나 조깅, 헬스를 떠올린다. 그러나 모든 운동을 제치고 걷기가 온 국민의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전국이 걷기 열풍이 일어나고 산과 들, 바닷길에도 길 이름이 붙여졌다. 제주의 올레길을 비롯해 전국이 걷기 코스를 개발하는가 하면 지역 내 문화유산과 연계한 걷기 코스를 개발해 전국의 둘레길이 탄생하였다. 걷기와 관련된 수많은 아이디어 상품들도 쏟아지고 있다. 걷기 축제를 비롯해 맨발로 걷는 축제에 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처럼 인간의 ‘걷기는 운동이 아니라 본능’일 것이다.
신이 인간에게 준 축복 ‘걷기’, 걸을수록 내면이 평안해지고 고요함이 찾아온다.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열리는 경험, 이내 자유로워진다. 걷는 동안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신비를 경험하는 그 순간, 걷기는 곧 명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