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시대, 게임의 재발견 오창렬 |
| 2018년 05월 22일(화) 18: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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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중독 및 게임장애를 정신건강 질병으로 추가하는 방안을 공식 논의하겠다고 지난 12월 발표하여 전 세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검토 끝에 이번 5월에 개최되는 세계보건총회(WHA) 안건에서는 제외되었지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으로 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게임에 대한 이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은 게임 태동기부터 시작되어 온 해묵은 논쟁이다. 게임이 갖는 몰입성, 사행성, 폭력성을 극단적으로 부각해서 나타나는 문제로 게임의 유해성에 대해서는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몰입(addiction)과 중독(intoxication)을 구분하고, 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같은 공존질병에 대한 효과 측정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극단적인 경향을 보인다. 교육열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게임에 대한 규제안이 발의되다가 2011년부터 미성년자 대상으로 온라인 게임 접속을 막은 ‘셧다운제’가 시행되면서 게임을 유해물로 지정한 것이다.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면 공부를 안 할 것이라는 인식과 함께 게임을 청소년만의 문화로 격하하고 게임을 즐기는 것을 게임중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하여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사용 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게임>메신저>뉴스 순이며, 전체 스마트폰 보유자의 55%가 한 달에 25.3시간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연령은 30대로 게임 주이용 계층이 변화되어 더 이상 교육적 효과를 빌미로 게임을 강제 대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때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게임은 더욱 중요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년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수출액은 37억 7천만달러로 전체 콘텐츠 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다. 수출 효자 종목으로 알려진 K팝과 비교해 7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지난해 게임 산업 일자리가 10% 넘게 늘어났지만 반면 제조업은 0.3% 줄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있어 게임은 더 이상 청소년이 즐기는 오락이 아니다. 게임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게임 산업을 고부가가치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서의 순기능을 본다면 부정적인 인식의 틀을 깰 수 있다. 그동안 규제산업으로 치부되어왔던 게임 산업은 오히려 창의력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게임의 긍정적인 가치를 활용하여 창작 생태계 기반을 조성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은 게임이 가진 몰입과 흥미라는 순기능을 교육, 의료, 관광 등 타 산업분야와 융합하는 것으로, 재미없고 딱딱한 지식을 유연하게 전달하고 몰입을 통해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최근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여수 관광을 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미스테리 트레일’을 출시하며 관광산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먹거리 위주의 단순 관람형 관광이 아닌 지역의 역사, 문화자원에 대한 정보를 게임을 통해 전달하고 주요관광지 위주가 아닌 숨어있는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게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관광자원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남에서는 게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나주에 전남글로벌게임센터를 구축하여 지역 게임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조성 및 체감형 게임을 집중육성하고 있다. 게임을 여러 산업에 활성화하기 위한 중간 매개로 접근하고 그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변한다. 이제는 게임이 ‘좋다 나쁘다’는 식의 비생산적 이분법적 사고와 중독의 원인이나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차원에서 접근과 육성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부가 가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가 아닌 활용방안을 찾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