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볼펜 김인석 시
2018년 06월 04일(월) 19:43

한 호흡이 줄어든다
시인의 밑바탕에서 밀려나온 문자들
혀끝으로 물어다 다시 시의 한 행을 짓고 있다

느닷없이 각혈을 한다
두려워 옷을 올려 보니 창자가 훤하다
군데군데 용종 같은 것들
그는 불 켜진 병원을 그냥 지나친다
또 시인의 생각에 이끌리어 허겁지겁 희망도 써 가리라

새벽부터 흘러나오는 音에 얹혀 紙面을 메꾸어 간다
붉은 똥이 말라붙어
다문다문 이어진 시어의 획수를 세면서
벌써 기억은 몇 근이 축나 있다

아직 가슴에 남겨진 것은 고유명사 몇 개뿐
心中으로 울려 퍼져 따라붙은
그 새김의 힘

혈관 속엔 몇 방울의 血밖에 없다
그는 몇 그루의 나무를 죽이고서야 오늘을 마감을 한다


<해설> 볼펜은 단순한 필기도구가 아니라 시인의 무기다. 심중에 떠오른 시어를 온몸으로 써내려가는 시혼이다. 볼펜을 시적 상관물로 관찰한 시인의 언어가 얼마나 진지하고 뜨거운가.
<약력> ‘문학공간’ 시 등단(1992), ‘광주문학’ 제1회 올해의 작품상 시집 봄의 무게 외 5권, 전 송원대·호남대 외래교수, 현 인터넷신문 이뉴스타임 시평(詩評), 현 완도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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