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김철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광주지사장

2018년 06월 05일(화) 19:13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는 조선시대 유명한 음악가 출신의 관료인 박연이 세종대왕에게 올린 상소에서 발췌한 인상 깊은 구절입니다. 이로 인해 세종대왕은 장애인을 천시했었던 서양과 달리 그들의 복지에 힘썼으며, 능력 위주의 채용을 실시해 주요 관직에 등용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의 자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이로 인해 점복사나 악공 등 전문직 일자리를 창출하여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들은 어떠합니까? 선과 악, 아군과 적군, 비장애인과 장애인 등 세상을 두 가지로만 나누는 흑백논리의 오류를 범하며 스스로의 의식을 편견과 차별이 가득한 세상에 가둬버리고 있습니다. 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의식은 점점 더 고착화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입니다.

더 나아가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우리들도 이러한 현상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7년 사회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의 장애인 차별이 있다고 인정한 비율이 83.6%라고 합니다. 차별이 있다고 인정은 하지만 개선의 의지는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물론 정부의 다양한 정책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의 복지와 경제적 자립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긴 했지만 고용영역에 있어서는 여전히 장애인들의 취업이나 고용유지가 쉽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장애유형만 15개에 이르고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도 모두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업주들은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며 마치 ‘님비현상’과 같은 이기심까지 발현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그로 인해 5월29일부터 상시근로자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사업주는 해당 교육을 연 1회, 1시간 이상 실시해야 합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의 나비효과를 위하여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교재 개발, 강사 양성 등 단순한 이론 교육에서 탈피하여 체험교육 및 원격 교육도 가능케 했으며, 교육 자료의 공유를 통해 어느 업체에서든지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사업주들에게는 물론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라도 우리들은 장애인들을 장애로만 판단하지 말고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잘못된 생각이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흑백논리의 사고를 깨고 차별 없는 사회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서 마치 당연하게 행해졌던 일들이 이제는 법으로 규정해야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에게 괜히 부끄러워집니다.

세종대왕의 장애인 복지정책들이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그를 믿고 지지해주는 신하들과 백성들의 의식의 공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육이라도 사업주나 근로자가 믿고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 법안도 결국은 그 실효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6월13일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 및 각각의 후보들은 장애인에 대한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의 바탕이 돼야 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개선입니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그 옛날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