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어머니 신용기 시

2018년 07월 30일(월) 19:27

오늘은 비가 와서 밭에도 못 나가니
열일 재치고 늬 선생님께 인사나 갈란다
아이 참 엄마 안 오셔도 된다니까.
안가도 되긴, 자식 매껴 놓고
얼굴도 안 비춘다고 욕하신다

욕 안하셔 나 말고도 부모님 안 찾아오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부모 인사차림 그게 아니다
니가 오학년 삼반 맞지
나도 몰라
책보자기 하나 휑하니 사립문 달려 나간다

얘 얘 저 봐 창밖에 누구네 할머이 오셨다
짝궁이 옆구리 쿡쿡 찔러 돌아다보니
물 나른 옥색 치마저고리 하얗게 빨아 입은
얼굴은 까맣고 손등이 거칠은 어머니
예쁘게 단장한 엄마들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

선생님께 연신 허리 굽히며
청자 한 보루 건네 드리는
부끄럽지 않은 쉰 살이 훨씬 넘은 ...


<해설> 늦둥이 아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신 중년 어머니의 마음이 동화처럼 그려져 있다. 아들은 나이 드신 어머니가 내키지 않은데 자식사랑이 깊은 어머니는 아들이 안쓰럽고 걱정스러우신 것이다. 옛날 어머니들의 순수한 모정이 맑게 빛나고 있다.

<약력> 시 ‘문예시대 부산’, 수필 ‘현대문예’ 등단, 영암 월출산 찬가 작사, 시집 ‘빨간 립스틱과 맥주’ 외 다수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