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아버지의 자전거 심홍섭 시

2018년 07월 30일(월) 19:27

이제는 세상의 그 어느 것에도
시나브로 뵐 수 없는 아버지
당신의 유일한 유산이라곤
시골의 다 쓰러져 가는 흙담집 한 채와
이 세상 어디든 마음먹은 대로 가실 것처럼
애지중지하신 깻잎 냄새가 밴 두발 자전거
대나무 스치는 밤이면
나는 아버지의 자전거를 타고
꿈속에서 읍내 장터로 달려간다
그 어디에도 아버지는 안 보이지만
당신이 좋아하신 장터
친근함이 배어 있는 풍경은 그대로이다
암 선고를 받고도 약한 모습 자식들에게 보이지 않으시려고
고개를 돌리시던 당당하게 마지막 자존심을 잃지 않던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나는 이제 두발 달린 자전거로
생로병사의 이치를 깨달으며 세상으로 달려갈 것이다
마당에 누워 있는 자전거를 보면
아버지의 강건함과 약한 모습의 눈물이 배어 있는 것 같아
또 다시 눈물이 난다


<해설> 아버지의 유물은 아버지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생전에 손때 묻은 자전거는 아주 편리한 이동수단이었을 것이다. 어느새 주인을 잃고 마당에 남겨진 자전거를 보노라면 아버지의 애틋한 사랑이 마음속을 훑고 지나간다.

<약력> 1994년 크리스찬문학 시등단, 한국아동문학회 광주지부장, 저서 ‘유년의 뜨락’외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