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불행 아닌 조금 불편한 것일 뿐” 광주 ‘청소년대상’ 대상 수상 광주세광학교 고수빈양 자신보다 불편한 급우 돕기 솔선수범·성실함 인정받아 일곱살 때 시력 모두 잃었지만 ‘아나운서 꿈’ 향해 정진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8년 08월 15일(수) 19:32

“장애는 불행한 게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불편한 것일 뿐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광주시가 선정한 ‘2018년 청소년 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광주세광학교 3학년 고수빈(19·여)양이 바라는 작은 소망이다.

시각장애 1급을 판정받은 수빈양은 자신보다 어렵고 불편한 급우를 돕는 일에 솔선수범하고 4년 동안 아침 교내 방송부에서 아나운서로 활약하는 등 꾸준함과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수빈양은 선천적으로 한쪽 눈을 잃었고, 나머지 한쪽 눈마저 일곱 살이 되던 해에 잃었다.

반쪽으로 보는 세상마저 잃었다는 수빈양은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갔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양쪽 모두 시력을 잃게 된 수빈양은 가장 큰 후회를 가슴에 묻었다.

수빈양은 “조금 더 신경 써서 주변에 있는 풍경과 소중한 사람들을 봐두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미련과 한쪽 눈이 주는 소중함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력을 모두 잃은 지 12년, 그런 수빈양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열여섯 중3때다.

수빈양은 “평소 성격이 소심한 탓에 자기주장 표현을 잘하지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의견을 평생 이야기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학교 방송부에 들어가게 됐다”고 언급했다.

생기지 않을 것 같았던 꿈도 생겼다. 그의 꿈은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비장애인 아나운서를 보는 시선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것이다.

지난 2011년 7월 KBS의 장애인 뉴스 앵커 선발시험에서 523대1의 경쟁률을 뚫고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이창훈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밝은 소식을 전하는 게 수빈양의 꿈이다.

현재 수빈양은 장애에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노력해 다방면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음식점의 점자메뉴판도 직접 만들기도 했다.

메뉴판을 보지 못해 다른 친구들에게 부탁을 해야 했지만 그게 한두 번이 아니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수빈양은 예전에는 음식점에서 항상 먹던 것만 먹은 시절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수빈양은 “불편함을 덜고자 한 것도 있었지만 수동적이 아닌 조금 능동적으로 행동을 해보자고 했다”며 “장애가 있다보니 자신감을 잃고 소심한 적이 많았는데 모든 일이 스스로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