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자리가 늘 좋은 것은 아니다 김희준 |
| 2018년 09월 06일(목) 1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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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뤄졌던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사태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적폐수사를 통해 대통령부터 권력의 핵심자리에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영어의 몸이 되는 것을 보면서 인생은 뭐가 좋은지 모른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지난 정권의 실세 등 권력의 핵심부위에 있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처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위 실세로서 세상을 호령하던 그 당시에는 그 자리가 평생 갈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줄을 서고 부탁을 하고 대접을 받으면서 꿀 같은 권력의 맛에 도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가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다이내믹 코리아에서는 그 진폭이 훨씬 더 크다.
예전에는 주로 부정한 돈을 받는 부패범죄의 경우에만 형사적으로 단죄가 됐지만, 작년부터 전개된 적폐수사를 통해서는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있었던 과오 등이 징계대상이 아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이 죄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현직에 있을 때는 부러웠지만 자신이 그런 자리에 있을 기회가 없었던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고 좋은 자리라는 것이 계속 좋은 것인지는 지나봐야 아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추후에 어떻게 작용을 할 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 최선의 결정이었고 국가와 조직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했던 일들이 나중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중요한 자리에 있을수록 더 높아진다. 주요 직책을 맡다 보면 아무래도 중요한 결정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중요 결정일수록 나중에 사회적 평가의 대상이 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덜 중요한 업무보다는 형사적 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본다. 전경련을 압박해 자신들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들에게 수십억원을 지원하게 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되는 사람들도 그 당시에는 그런 일들이 관행처럼 이뤄졌기 때문에 국가와 정부를 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했을 것이다. 여기에 연루된 사람들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난 정권의 최고 실세들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 막강한 권력의 자리에 있으면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 사람들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러워했을 것이다. 최근에 진행되고 있는 사법농단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성역처럼 취급되었던 사법부가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 내 핵심요직인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판사들이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상고법원이라는 법원의 숙원사업을 달성하는 것이 국민과 법원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법원 내 최고보직에 근무하면서 매우 중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이들을 다른 법관들은 무척 부러워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국은 이들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수행했던 업무로 피의자 신분으로까지 전락하는 신세가 되었다. 만약 이들이 그 당시에 그 자리에 있지 않고 평범한 보직에서 평범한 일을 하였더라면 이런 일에 연루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공직자들은 공직을 그만둘 때 ‘대과없이 공직을 마친 점’에 대해 함께 근무한 선·후배나 동료들에게 감사의 의사표시를 한다. 그동안 이 ‘대과없이’라는 말은 그저 관행처럼 남들이 늘상 하니까 따라하듯이 해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부패범죄가 아닌 업무수행 중 있었던 일로 많은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것을 보면서 대과없이 무사히 공직을 마칠 수 있었던 점에 대하여 정말 감사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대과없이’라는 말의 무게감과 그 함축된 의미를 여실히 체감을 한다. 이런 현상들을 보면서 그저 좋은 자리만을 쫓아다니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고, 인생은 순리대로 사는 것이 옳다는 고금의 진리를 다시한번 되씹어보게 된다. 좋은 자리가 늘 좋은 것은 아니므로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고 무리수를 두지 말고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