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과연 남의 이야기인가 정준호 |
| 2018년 09월 09일(일) 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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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난리다. 서울 집값뿐만 아니라 광주에서도 10억원이 넘는 아파트 거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지역에서는 100억원짜리 경매매물이 나오기도 했다. 누가봐도 정상이 아니다. 문제는 전문가들 중 아직 상승의 여지가 더 남아있다는 분석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부동산 급등세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책실패 등을 많이들 언급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기 때문일 것이다.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 등 물가상승의 여지가 남아있고, 금리는 여전히 낮다보니 현물 중 가장 인기있는 재화인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 쪽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지역에서 자기 집을 가지고 안정적인 직장을 구한 분들에게는 그야말로 남의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굳이 뭐 하러 복잡하게 서울 가서 사느냐 하는 말이 나올 수 있을 법하다. 보유세를 대폭 부과하면 집값이 잡힐 텐데 왜 시간 낭비 하느냐는 이야기도 제법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많은 지역의 젊은이들이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가야 되는 상황이다.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은 부모의 욕심은 그래야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 아니던가. 어렵게 하숙생활을 하면서 학교를 졸업하고 겨우 찾은 일자리로 결혼에 성공해 맞벌이 생활을 하면서 몇 년동안 저축하는 금액보다 몇 달만에 더 크게 오르는 집값에 지역출신 젊은이들은 말 못할 좌절을 겪고 있다.
지역 상황도 좋지 않다. 지방대를 육성해서 미래를 대비하면 좋겠지만, 대표 사학인 조선대의 상황만을 보더라도 낙관적이지 않다. 한전공대 설립에 다들 반기는 분위기지만 대표 국립대측에서는 경쟁을 반기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렇다고 양질의 사무직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다. ‘광주형 일자리’가 화두이지만 당장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도 반영되지 않아 정부의 추진 의지 또한 신뢰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최고 정책책임자는 모두가 강남 살 필요가 없다는 일반 정서에 공감하지 못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서울 변두리 지역 아파트도 10억원을 우습게 호가하는 상황에서 놔둘 곳은 그냥 놔두자는 취지의 발언이 과연 어떤 위로가 되는가.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10억원 정도를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부담감을 느껴보지도 못했을 테고 아이가 초등학교라도 입학하면 2년마다 오르는 전세금에 맞추어 아이를 전학시킬 수도 없고, 이사도 쉽게 가지 못하는 상황을 과연 이해는 하면서 하는 발언인가.
모두가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없으니 개천에서 가재, 붕어로 행복하게 살자는 말도 종교지도자가 아닌 청와대 고위공직자로서 할 수 있는 적절한 발언은 아니다. ‘살만한 개천 만들기’는 모든 정치인의 숙제이다. 그렇지만 과연 가재, 붕어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선택지를 제시한 적이 없으면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주거지는 굳이 자가가 아니어도 되니 과도한 절약보다는 적당한 소비로 실물경제가 선순환 되어 경제규모가 성장하는 결과를 바랐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은 학창시절에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가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허리띠 졸라매고 맞벌이하면서 학부모되기 전에 내 집 마련해서 자리 잡으라’는 지극히 절제된 목표를 강요받았다. 아직 정부가 개인을 완벽히 책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소비규모를 키우면서 정부 정책에 순응할 사회초년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
지금의 부동산 문제는 이렇게 지역과 동떨어진 문제도 아니고, 남의 이야기도 아니다. 청년들이 일찍 결혼해서 한명이라도 더 많은 아이를 낳기를 바란다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일지 모른다. 어쩌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청년들이 돌아오는 도시를 만들려면 바로 지금이 지역일자리 대책이 가장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할 시점일지도 모른다. 연일 계속되는 부동산 뉴스를 광주에서 편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