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봉 시인, 35년 시력(詩歷) 결산한다 지난달 말 광주대 정년퇴임 맞아 시선집·평론집·연구서 세 권 펴내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8년 09월 09일(일) 18:51

1995년 광주대 문예창작과에 부임한 이래 그동안 신진작가들을 대거 배출하고, 중앙과 지역문단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해온 이은봉<사진> 시인이 지난달 말 정년퇴임을 맞아 시선집과 평론집, 그리고 시인의 시세계를 다룬 연구서 등 세 권의 저서를 펴냈다.

1983년 ‘사람의문학’에 평론을 발표하고, 1984년 ‘창작과비평’ 신작 시집 ‘마침내 시인이여’를 통해 등단한 이후 역사적 공동체 의식에 바탕을 시정신과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주목받아온 이 시인의 35년 시력(詩歷)을 결산하고, 재평가하는 의미 있는 기회다.

시선집 ‘초식동물의 피’(시와사람)는 35년 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온 이 시인의 시세계를 요약했다고 할 수 있다. 첫 시집 ‘좋은 세상’부터 최근 간행한 시조집 ‘분청사기 파편들에 대한 단상’에 이르기까지 10권의 시집과 1권의 시조집에서 126편을 골랐다. 동식물은 물론 사물까지도 자신과 하나가 되는 화엄사상을 체화하고 있는 표제작 ‘초식동물의 피’를 비롯, 역사의식에 바탕을 둔 저항과 비판의 시, 자유와 평등, 평화와 사랑을 노래한 시 등 시력(詩歷)을 집대성했다.

평론집 ‘시와 깨달음의 형식’(서정시학)에는 이용악, 오장환, 서정주 등의 시세계와 시정신을 살펴본 글을 비롯해 작고 시인부터 현재 신진, 중진 시인들의 작품 세계, 다양한 시집 서평 등 총 35편이 실려 있다.

‘생명의 시 활기의 시’(푸른사상)는 이 시인의 시세계를 탐구한 해설, 평론, 논문, 대담 등을 담았다. 이 시인의 시세계 전체를 아우르고 있으며, 50편의 글과 대담 4편, 부록을 포함해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에는 이 시인의 시세계 일반에 대한 평문들을 모았고, 제2부에는 이 시인의 시세계에 대해 나눈 대담이 담겨 있다. 제3부에는 제1시집부터 제10시집, 2017년에 발간된 시조시집에 대한 평문이 실려 있고, 제4부에는 이 시인의 신작시에 대한 평문을 묶었다. 또 부록으로 이 시인의 시에 관한 서지 목록이 기술되어 있다. 공광규, 김사인, 김성동, 김춘식, 신덕룡, 유성호, 이숭원, 홍용희, 황현산, 황정산 등 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편, 이은봉 시인은 충남 공주(현 세종시)에서 출생해 숭실대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삶의문학’ 제5호에 ‘시와 상실의식 혹은 근대화’(1983)를 발표하며 평론가로, ‘창작과비평’ 신작시집 ‘마침내 시인이여’(1984)에 ‘좋은 세상’ 외 6편을 발표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특히 1995년 광주대 문예창작과에 재직한 이래 수많은 시인을 배출했고, 계간 ‘시와사람’ 편집주간,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죽형조태일시인기념사업회 이사, 세종시마루 주간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