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학숙에서 이종환 |
| 2018년 09월 16일(일) 1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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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 보낸다는 옛말은 지금도 유효한가 봅니다. 물론 상황은 많이 달라서 과거에는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갔었다면 근래 들어서는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유입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 시절 누구나 생각해봤을 만한 것 중 하나는 막연하나마 졸업을 하고 서울로 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그러나 그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요. 더러는 집안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더러는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를 겪기 때문입니다.
실력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 것은 집안형편이 어려워 뜻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위인전이나 미담집을 보면 이럴 때 속 깊은 담임선생님이 박봉을 쪼개서 또는 마을의 독지가께서 곳간을 열어서 학교를 보내주시기도 합니다만 그건 정말 책에서나 보게 되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그래서 우리 부모님들, 사회지도층 인사들께서 고민을 하셨습니다. ‘이 어린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까. 최소한 먹고 자는 걱정은 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은 없을까’하고. 고민의 결과 탄생한 것이 남도학숙입니다. 17만명이 넘는 시도민께서 성금을 보내주셨고, 성금을 기반으로 278억원의 사업비를 마련해서 1994년 2월 28일에 제1학숙(동작관)을 개관했고,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금년 2월에 제2학숙(은평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은평관이 금년초에 개관한 데다가 학숙 경험이 없는 1학년이 300명 들어온 관계로 다소 적응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대부분 고교시절 기숙사 경험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특별한 혼선 없이 1학기를 잘 보낸다고 생각합니다. 자율회, 동아리 활동은 물론,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성심껏 했지요. 이번 경기북부에 내린 호우로 관내 불광천이 범람했을 때 학생들은 기꺼이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학숙 직원들도 학생들이 객지생활이 힘들지 않도록, 적응에 어려움이 없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특히 남도학숙의 식사와 장학제도는 같은 취지로 운영되는 타 시도 학숙에서도 부러워 할 정도입니다. 학생들의 입맛을 고려해서 쌀과 김치는 광주전남산을 쓰고, 손이 많이 감에도 불구하고 주방에서는 주 3회 조식에 빵을 준비합니다. 금년 들어서도 두차례 장학금 수여식을 가졌습니다. 향우로서 기업사회에서 커다란 업적을 이룬 두 개 기업이 고향의 인재양성에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숙시설이 아무리 좋고 직원들이 신경을 쓰고 있다 한들 가족이 있는 집보다야 더 할까요. 그런 만큼 애틋하고 안쓰러운 일들도 있습니다만 우리 학생들은 이때가 어른될 때 임을 잘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스스로 잘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플 때도 집엔 연락하지 않고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룸메이트와 도와가며 서로 힘이 되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귀사가 늦어지는 룸메이트를 위해 마지막 지하철이 도착할 때까지 역에서 기다린 학생도 있었으니까요.
이렇게 한편으론 여리지만 한편으론 꿋꿋한 남도의 꿈나무들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이 중요한 시기를 같이 하는 학숙 근무자들도 대학교육과정에 들어와 있는 하나의 주체로서 책임도 느끼고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숙사가 아닌 인재양성의 요람이 되겠다는 취지에 어울리는 학숙을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모든 부모님들이 다 같은 마음이시겠지만 학숙에서 생활하고 성장한 대학생들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유능한 인재로서 활동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빛고을 광주라는 이름에 걸맞게 어두운 곳을 찾아 빛을 밝히는 등불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가지고 있습니다.
9월 모의고사가 있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대입절차가 시작되고 내년 2월이 되면 새로운 얼굴들이 남도학숙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합니다. 서울로 방향을 정한 모두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아들딸들의 비상을 그려보는 우리네 집 남도의 꿈도 더불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