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족과 웃음꽃 피는 한가위” 다문화가족의 추석 10여년째 명절 준비하는 쩐티하이·조상입 부부 “베트남·한국 소중한 전통문화 잊혀지지 않길” 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2018년 09월 20일(목) 19:54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쩐티하이씨의 가족들이 자택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베트남에 있는 가족과 추석 명절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곳에 소중한 가족들이 있어 위안이 됩니다.”

베트남 광린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베트남 이주여성 쩐티하이(30·여)씨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쩐티하이씨 남편 조상입(50)씨는 2남1녀 중 장남으로 명절 때가 되면 가족들 모두가 쩐티하이씨 집에 모인다.

이처럼 명절에는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이 한데 모이고, 추석은 설날에 비해서도 비교적 풍요롭기 때문이다.

쩐티하이씨는 지난 2009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광주 북구 문흥동에 거주하는 조씨와 결혼했다. 이후 시어머니를 봉양하면서 두 딸 세윤(9)·세진(6)양을 낳고 누구도 부럽지 않을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다만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갈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쩐티하이씨 고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시간 걸리는 광린이지만, 광주에서 광린까지 가는데 최소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이번 연휴가 그리 길지 않은 탓도 있지만 경제적으로도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식구가 네 명으로 늘면서 경비 역시 두 배 가량 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현재 곁에 듬직한 남편과 자상한 시어머니, 사랑스러운 두 딸이 함께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한국에 처음 발을 딛을 때까지만 해도 의지할 곳도 없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아 매 명절마다 두려웠지만 이제는 다르다. 쩐티하이씨는 한국 여느 주부 못지않다. 몇 해 전부터는 레시피 없이 명절음식도 금방 만들어낼 정도다.

쩐티하이씨는 “처음 명절을 맞이했을 때 메모해놓은 레시피를 보고 음식 장만을 하는 데에도 한글을 몰라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면서 “광주북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뿐만 아니라 이곳의 문화를 하나씩 배워 이제는 오히려 명절을 즐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끝으로 쩐티하이씨는 “바쁘고 여행을 간다는 이유로 한국 고유의 명절을 외면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우리 아이들에게 베트남과 한국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틈틈이 강조하고 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