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형편에 유명대학 학업 포기할 판” 곡성 박선근·선현숙씨 부부 아들 병준군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 합격…등록금 못내 빠듯한 살림에 아버지마저 암 투병 ‘설상가상’ 곡성=안용식 기자

2018년 10월 03일(수) 19:45

“부모가 미안하다. 그래도 꿈을 향해 학업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3일 전남 곡성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영국을 바라보며 한 부모가 눈물을 훔쳤다.

아들이 지리학분야에서 세계대학 순위 2위인 영국의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환경경제학과)에 합격했으나 학비와 생활비 등 경제적 부담으로 학업을 포기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선근·선현숙씨 부부의 아들 병준(24·사진)군은 지난 8월말 4년 장학생으로 연세대 졸업장을 받았다.

병준군은 학창시절 선두를 놓치지 않을 만큼 성적이 좋았지만 집안사정이 녹록치 않아 학비부담이 없는 곳만을 선택해 잇따라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여름 하계졸업식을 앞두고 병준군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진로선택의 기로에 서면서 취업이 먼저냐, 평소 꿈이었던 국제기구에서 인류사회를 위해 일하는 길을 선택하느냐를 결정짓지 못했다.

고민하는 아들을 바라본 부모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선씨는 “평소의 꿈을 가정형편 때문에 포기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며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를 응원했다.

부모의 응원과 간절한 바람에 병준군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면서 글로벌 인재가 돼보겠다’는 평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새로운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학시절 대기과학 전공과 복수전공이었던 경제학이 혼합된 환경 경제학과로 대학원 전공과목을 결정한 병준군은 영국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 입학시험을 치르고 합격자 발표일을 기다렸다.

하지만 시험 통과보다 더 큰 장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영국 비자를 발급 받으려면 서류상으로나마 부모의 재력 평가를 통과해야 되는데 형편이 여의치 않은데다, 1년간의 등록금과 주거비만 5천여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진학할 생각을 멈췄다. 석·박사 과정이 보통 5년이 걸리는데 병준군은 경제적 부담 등의 이유로 석사 1년, 박사 2년 등 총 3년에 마무리할 계획까지 세웠지만 당장 등록금 마련도 힘겨웠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지난 3월 췌장암 진단을 받고 1차 수술을 마친 뒤 항암치료를 하는 상황에서 병준군의 진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어머니 선씨가 사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며 받은 적은 월급으로 10년이 넘도록 살고 있는 집의 담보대출금을 갚아가야 될 처지에 놓였고, 한달 100만원을 육박한 아버지 치료비 부담에 겨우 허리만 펼 정도여서 자신만의 꿈만 내세울 처지가 어려운 상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씨는 아들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 2일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대학원 첫 수업에 맞춰 아들을 영국으로 보냈다. 선씨는 어떻게든 아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 최근 직장에서 퇴직금을 미리 받아 영국 비자 발급조건을 맞췄다. 하지만 등록금 및 학비는 한푼도 내지 못했다.

박선근·선현숙씨 부부는 아들이 온전하게 공부할 환경조성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오늘도 걱정으로 날을 지새운다./임후성 기자 uyear@kjdaily.com

/곡성=안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