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 규제할 것인가, 선도해 나갈 것인가? 김희준 |
| 2018년 10월 04일(목)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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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정부의 ICO 금지 등 규제방침에도 불구하고 각 개발업체에서 싱가포르, 스위스 등 해외에서 꾸준히 상장을 추진하고 해외거래소에서 매매를 하는 등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인 블록체인기술과 관련된 새로운 산업의 출현인 만큼 적극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에 비유하며 “실체가 없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9월 ‘가상화폐 현황 및 대응방안’에서 “가상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투자자 유입을 막기 위해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은행의 가상계좌 제공을 중단시키는 등 규제에 나섰다. 이번 달부터는 암호화폐거래소를 벤처업종에서 제외하는 ‘벤처기업육성특별조치법’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벤처기업으로 선정되면 창업 후 5년 동안 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50-100%를 감면받을 수 있고, 코스닥 상장요건이 완화되며, 기술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대출보증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앞으로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투기과열현상으로 인한 피해자 양산과 유사수신, 사기, 해킹 등 불법행위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암호화폐 규제와는 별개로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육성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즉, 불법행위가 난무하는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는 강화하더라고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단점은 제거하고 장점은 살려나가겠다는 말로 쉽게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정부의 의도대로 암호화폐를 규제하고도 블록체인을 기술을 육성해 나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사실상 어렵다면 문제가 된다.
현재 전 세계는 블록체인 혁명에 휩싸여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암호화폐가 있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국의 미래학자 자크 프레스코는 화폐가 없는 미래를 꿈꾸었다. 팀 쿡 애플 CEO는 “다음 세대 아이들은 돈이 뭔지 모르게 될 것“이라며 현금 종말론을 주장한다. 허황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화폐의 전면 디지털화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이미 많은 미래학자들이 다루었던 주제이다.
우리나라는 1년 전 암호화폐 광풍을 겪었지만 정작 블록체인 기술력 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기술수준이 미국의 76%로, 2.4년의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일본, 중국에도 뒤진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원에 따르면 세계블록체인 시장규모는 올해 5억달러(약 5500억원)에서 2022년 37억달러(약 4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국에서는 블록체인 시장이 앞으로 무한정 성장할 것으로 보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항저우에 ‘블록체인 산업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고, 미국 버몬트, 애리조나, 네바다주는 블록체인 기록의 법적효력을 인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시민권’을 도입하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2일 국회도서관에서 국회 정무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정부방침과는 다르게 암호화폐에 대한 ICO를 허용하자며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농업혁명, 산업혁명, 인터넷 혁명 등 그 발전과정에서 큰 변곡점이 있었다. 그때마다 이를 선도해 나간 국가는 세계를 지배하였고 이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 나라는 몰락해 갔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시대이다. 이 도도한 흐름을 선도하는 나라는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쇠약해져 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출주력상품이던 스마트폰이 중국에 사실상 따라 잡혔고 메모리반도체 부분에서만 겨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의 육성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그 중심에 블록체인이 있다. 인류의 큰 변곡점을 마주한 지금 모두 지혜를 모아 올바른 방향 설정으로 그 도도한 흐름을 선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