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본 광주4 주홍 치유예술가 샌드애니메이션 아티스트

2018년 10월 09일(화) 18:21

20세기 초 1,2차 세계대전으로 전 지구가 전쟁과 대량학살의 광기에 휩싸였을 때, 감수성이 예민한 예술가들은 중립국 스위스로 모여들었다. 제국주의 전쟁을 반대했고, 교조적인 전체주의나 합리주의와 같은 이념이 합법적으로 인간을 학살하는 전쟁을 일으키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의 무의식의 세계와 비합리성을 탐구하고 표현했다. 그 때 나치는 ‘수권법’이라는 박정희 독재의 ‘유신헌법’과 같은 법으로 유태인 학살을 정당화 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도 전두환에 의해 광주를 비상사태로 규정하고 전두환에게 합법적인 계엄령이 선포되었고, 민주주의를 외치는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것이다. 1980년 5월 금남로에서, 광주의 민주광장에서 시위를 했던 광주시민들은 불법이었다.

뉴욕의 광장에서 우리가 하모니카를 불고, 피아노를 치고, 플룻과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그림을 그리고 춤을 추려고 도착했을 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했다. “이거 허가 받지 않았으니 불법 아닌가요?” “네, 불법입니다.” “미국 광장은 경찰이 많아요. 추방당하면 어쩌려고 불법을 하세요?” “그림을 그렸다고 추방당하면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죠. 미국이야말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곳 아닌가요?” “테러리스트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위험해요.” “우리가 총을 들고 있는 게 아니라 붓을 들고, 피리를 들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내부에서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낯선 곳에서 뭔가를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술은 본래 불법이니까, 광장에서 각자 하고 싶은 퍼포먼스를 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쏘우 쿨’ 하게 스스로 지기로 했다. 두려우면 안하거나 그만 두면 되니까 각자의 몫이었다. 어쩌면 나는 경찰하고 부딪히는 것을 예술적 이벤트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맨허튼의 대표적인 광장, 타임스퀘어와 911메모리얼 파크, 유니언 스퀘어, 존 레논이 암살당한 이메진 플레이스에서, 각자 준비한 퍼포먼스를 모두 실행했다. 원 없이 그림 그리고, 연주하고 춤추며 그렇게 맨허튼의 광장을 여행했다. 그리고 작품들을 첼시의 갤러리에 디스플레이하고 ‘오월아리랑-광주에서 온 선물’이라는 전시와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컨퍼런스의 주제는 ‘표현의 자유와 평화’였고, 나는 주제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작가들이 갤러리에 찾아와 컨퍼런스에 참여했고, 뉴욕 유니언신학대학의 종신교수인 정현경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하여 마무리 발언을 했다. 현경교수의 마무리 발언은 예술의 힘에 대한 것이었고 ‘평화’의 걸음에 대한 정리였다.

“평화란 갈등을 품고 가는 것입니다. 갈등이 없는 유토피아란 이 세상에 없으니까요. 만약 갈등이 없다면 그건 끔찍하게 억압된 사회라는 증겁니다.”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발언이 계속됐다.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성지입니다. 광주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광주의 민주광장은 세계 어떤 광장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맨허튼의 광장에 비할 수 있겠습니까? 세계 지성들은 광주의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계가 대한민국의 촛불혁명과 광장민주주의의 역동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평화 시위의 현장이 SNS를 통해서 그대로 전달되고 있었거든요. 이제 남북이 통일을 향해 걸어가는 행보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만난 지성인은 광주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마무리했다. “예술은 원래 불법입니다. 법이란 게 권력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 법이 정의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 없어요. 노예제도도 합법이었고, 홀로코스트의 학살도 합법이었잖아요? 평화의 길을 가는 예술가라면 불법적 표현을 할 수밖에 없죠. 금기를 뛰어 넘는 게 예술이니까요.” “그리고 광주가 부른다면 그 가치를 알고 있는 세계적인 지성인들이 아무리 바빠도 갈 것입니다. 이유는 ‘광주’니까요.” 이렇게 ‘광주’의 가치를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다.

관객 중에서 한 명이 질문을 했다. “현경교수님, 지금 표현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는데 교수님은 어디까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대답도 간략하고 명쾌했다. “살인과 고문과 폭력이 아니라면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다. 비폭력이 답이다. 그래서 예술로 평화의 길을 내는 것이다. 붓을 들고, 플룻과 바이올린, 건반을 들고, 우리의 몸을 움직이며 유쾌하게 함께 춤을 추며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뉴욕에서 허가 받지 않고 스스로 자기 자신을 광장에 초대하여 평화의 꽃을 그렸고, 한반도의 통일을 메시지로 표현했다. 아름다운 불법을 저질렀다. 그것도 뉴욕 한복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