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땅과 하늘의 주인을 아시나요 박미경 시

2018년 10월 15일(월) 18:37

마른 대지 온기 없고 까칠한 흙더미에 만물의 주인이 생기를 부으니 봄날이 푸른 싹을 틔워 꿈틀 꿈틀 생명을 잉태 합니다

그저 해가 뜨고 날이 저물기까지 농부는 허리를 구부려 땅의 숨소리를 기다렸을 뿐인데 하늘은 지붕을 열어 비를 내려서 물을 적셔 주었으며 뜨거운 태양은 싹을 살찌우게 하고 키가 자라게 하여 온몸을 나풀거리며 춤추게 합니다

시간이 흐르니 해가 지고 날이 지나서 봄을 보내고 짙은 초록의 여름이 흐르고 나니 추수 때가 되어 가을을 부릅니다

노랗게 익은 들판은 품었던 곡식을 내고 붉디 붉은 열매는 식탁의 먹거리로 입을 호강시키고 곱디 고운 단풍은 사방으로 흩어져 병풍을 삼아 알록달록 색이 들어와 눈이 호사를 누립니다

땅은 거둠으로 출산의 소임에 혼신을 다하여 바스락 움직인 사이에 인생들의 타박 걸음이 세월을 부릅니다


<해설> 태초의 신화를 읽는 듯 대자연의 숨결을 노래하고 있다. 하늘 아래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의 숙명과 대자연의 평화로움이 시행마다 넘쳐난다. 원시부족들이 부르던 노랫말처럼 우주의 기운이 느껴진다.
<약력> 광주문인협회 회원, 광주시인협회 회원, 귀향문학회 회원, 문학메카 낭송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