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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 비리, 이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다

정준호
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2018년 10월 21일(일) 18:21

요즘 사립유치원의 비리문제가 학부모들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사립유치원의 비리는 누구나 알고 있었던 일이었고, 해묵은 일이었다. 맞벌이 부부는 사립유치원의 비리문제보다 아이들을 맡길 수 없게 될 상황을 더 우려한다. 벙어리 냉가슴이지만 현실이다. 이 정도면 사립유치원은 어쩌면 부모들의 현실을 볼모로 삼는 정도다.

교육은 국가의 몫이어야 하고 투자의 개념이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동시에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출산의 기본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10대 강국에 들었다는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한 투자는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상급식과 무상교복이 포퓰리즘으로 매도되는 것은 교육이 돈벌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면 이제 교육은 과감한 국가의 투자로 공적 영역이 되어야 한다. 사립유치원만의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사학재단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국가도 국회도 손놓고 있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를 염려하지만 정작 교육구조, 특히 어린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환경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물론 국가와 국회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싶어도 이미 우리사회의 권력이나 다름없는 사학재단과 사립유치원총연합회 등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툭하면 파업을 꺼내들었고, 역대 정부는 학부모들의 우려 때문에 물러서고는 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사립유치원이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투자와 학부모들의 선택과 참여를 통한 과감한 혁신을 미룰 수 없다. 학부모들의 노심초사를 국가가 의지를 갖고 해결해야 한다.

언젠가 독일의 유치원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독일의 유치원 운영은 크게 세 가지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학부모들과 유치원 원장의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운영 체계가 그것이고 둘째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세 번째가 사회적 부조의 정의, 다시 말해 부모의 소득 수준에 맞게 회비를 납부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립유치원과 비교할 때 가장 돋보이는 것이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운영 체계라 생각된다. 지금 우리 사립유치원의 경우 운영의 절대적 권한이 원장 개인에게 주어진다. 부모들이 참여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 그러니 당연히 민주적일 수 없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사립유치원의 경우 운영은 물론 교육과정에 대한 정기적이고 투명한 감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운영의 비리와 더불어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교육의 질적 수준은 어떨까? 일상적인 비리가 만연한 곳에서 수준 높은 교육의 질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 켠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나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이기 때문이며, 이 글이 내 아이에게 불이익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해서 이제 학부모들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더 이상 사립유치원의 볼모가 되지 않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처럼 국가의 지원에 대한 정비와 함께 학부모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운영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물론 우리 사립유치원들도 학부모들과 정보를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문제다. 일방적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원장에게 운영과정을 설명 듣는 자리가 아니라 유치원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민주적 운영이 그 핵심이어야 한다. 한걸음 더 들어가 엄마와 아빠들이 유치원 일일교사가 되어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직장을 가진 부모들이 서로 의논해서 주어진 현실에 맞게 일일교사가 되거나 행사의 도우미로 참여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들의 일터에서는 한 달에 한 두 번의 학부모 일일교사 활동을 보장해줘야 하고 이를 국가가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면 한다. 내 아이를 위해 하루쯤 시간을 내는 것은 학부모들에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 정부는 교육에 관한 한 국가의 책임과 의무를 위해 더 과감한 혁신과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