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현도자기’ 공방 도예가 서명수 “다양한 실험…전통 도예 세계화 주력” 1년에 400회 이상 가마 때고 사발 구워 14년째 도예 몰두…조기정·권운주 사사 다른 모양·기법의 도자기 개발 큰 매력 정리=정겨울 기자사진=김충식 기자

2018년 10월 22일(월) 19:37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여러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예술가들은 끊임없는 시도와 혼자만의 싸움을 통해 자신의 작업 철학을 구축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나주에서 작업하는 도예가 서명수(48)씨도 이런 예술가 중 한명이다. 14년간 도자기에만 매달려 살았지만 그는 끝없는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법으로 매일 다른 도자기를 만든다. 가마 불의 온도를 달리하고, 유약을 입히는 방법을 달리하는 등 우직하게 실험하고, 마음에 드는 모양이 나올 때까지 줄곧 작품에만 몰두한다. 점점 우리 것의 소중함이 잊혀지고 있는 요즘에도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가마에 불을 때고, 사발을 구워내고 있다. ‘주몽 촬영지’로 알려진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 ‘서현도자기’ 공방을 운영 중인 그를 최근 광주매일TV가 만났다.

▲나주영상테마파크에 마련된 작업장 곳곳에 엄청난 양의 작품들이 단번에 눈길을 끈다. 매일 작업량이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매일 1-2회 가마를 때고 계속해서 도자기를 구워내고 있다. 1년에 400회 이상 가마를 때는 편이다. 물레를 치는 것은 혼자서 하고, 가마에 굽고 꺼내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동생이 돕는다. 2인 공방 치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양의 작업을 하고 있다.

▲도예 작업을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 어떻게 처음 도예를 접하게 됐는가.

-도예가로서의 삶을 산 지 14년이 됐다. 원래는 컴퓨터회사를 운영했다. 사업을 통해 집안을 일으키고 가장으로서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젊은 시절을 오롯이 사업에만 몰두하다 내 삶에 대해 다시 돌이켜보니 마음이 헛헛했다. 나를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예, 목공예, 한지공예, 요리 등을 매일같이 배웠다. 그 중에서 내게 가장 잘 맞는 것은 바로 도자기였다. 도예의 매력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늦깎이로 전남도립대 도예차문화과에 입학했고, 이후엔 3년간 광주 출신 무형문화재 청자기능 보유자 조기정 선생과 권운주(청자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선생에게 배웠다. 나주영상테마파크에서 작업한 지는 9년이 됐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해 도예가로서의 삶을 살기까지 쉽지는 않았을 텐데.

-도전과 실험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다닐 때도 1년이면 200번 이상 가마를 땠다. 그렇게 1년간 하니 나만의 것이 생겼다. 계속 실패하다가 때로는 가마가 고장 나서 새로운 방법을 터득할 때도 있었다. 나만 할 수 있는 기법을 우연히 발견하면서, 현재는 그런 노하우가 상당히 축적된 상태다.

▲어떤 작업을 주로 하고 있는가.

-일반인들이 가정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생활도자’ 작업을 한다. 주로 사발을 만들고 있다. 우리 전통 사발은 일본이나 유럽에서 특히 각광을 받고 있다. 가마의 온도와 유약을 바르는 방법 등을 달리 해 매일 다른 모양의 도자기를 만들어낸다. 요즘엔 ‘꽃’ 문양을 사발에 넣는 것에 빠져 있다. 막 꽃이 피기 직전의 모습, 팝콘 같은 꽃들이 만개한 모습 등 온도 굽기와 유약을 달리해 도자기에 꽃을 그려 넣고 있다.

▲오랜 시간 도예에 몰두해 온 예술가로서 느끼는 도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자기가 의도한 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끝없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도자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자기에 서양화(유화)의 기법을 얹히기도 하고, 유약을 얹히고 찢어진 질감을 표현하고. 각 도자기마다 다른 모양을 구현하는 것이 큰 재미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제는 나주와 전라도를 넘어 세계 무대에 내 도자기가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사발을 좋아하는 일본과, 우리 기법에 관심 있는 유럽 무대에서 ‘서현도자기’를 만나볼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계획이다. /정리=정겨울 기자

/사진=김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