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겨울이 오고 있다 박대우 |
| 2018년 10월 25일(목) 19: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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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각각의 현실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경제와 정치다.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안정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구성하는 조건이고, 또한 경제와 정치는 태생적으로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체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와 정치적 상황이 어떠한가의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관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느냐의 기준점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한국 경제와 정치적 상황을 계절로 표현하자면 겨울이다. 아니 혹한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먼저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다. 예상은 했지만 25일 한국은행의 발표는 대단히 심각한 경제지표를 확인시켜 주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0.6%를 기록했다는 것은 올해 한국은행이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는 1분기 성장률이 1.0%로 간신히 1%를 넘겼지만 2분기에 0.6%로 내려간 데 이어 3분기에도 0.6%를 기록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4분기에 획기적인 반등이 나타날 확률은 대단히 낮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미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설비투자가 2분기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는 것이 경제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외국 자본의 유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는 것도 심각한 불안요인이다. 급기야 국내경기 활성화라는 명분에 밀려 머뭇거리던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만큼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다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과 물가상승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으로 인한 파급력이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관세전쟁으로만 받아들이기에는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길고 깊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최근의 국제정세는 경제적, 군사적, 이념적 패권을 통해 새로운 정치적 지형을 형성하고, 기존의 질서를 변화시키기 위한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경제적 갈등과 군사적 긴장은 국가 간 패권을 향한 지각변동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약소국의 희생과 쇠락이었다.
정치적인 관점에서도 따뜻함이나 훈풍을 느낄 수 없다. 야당과의 갈등과 대립은 그렇다 치더라도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관계 설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실험과 여러 가지 변화가 맞물리면서 국제사회를 통한 경제 봉쇄 정책을 이끌어 냈다. 이를 통해 독보적이고 강력한 헤게모니를 확보한 상태에서 예전의 6자 회담처럼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실타래 해법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 하나를 포기하면 하나를 얻게 되는 북한의 단계적 협상론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어렵사리 걸어 잠근 문을 쉽게 열어줄리 만무하다. 열린 문을 다시 닫기가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여러 가지 측면을 분석해도 지금 남북한 평화를 위한 주도권은 미국에 있다. 당연히 키맨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남북문제에 있어서도 트럼프의 생각을 읽고, 미국의 결정을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미국의 우월성은 민주적이고 도덕적인 외교가 아니라 두툼한 지갑과 강력한 군사력에서 확인된다는 트럼프식 외교정책은 ‘북한 편이냐 미국 편이냐, 전쟁이냐 백기투항이냐’의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당장 남한과 북한이 합의하고, 추진하는 여러 가지 정책과 사업에 대한 어려움들이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가동 역시도 남과 북의 뜻과 의지만으로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한과의 2차 정상회담 시기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10월 초에서, 중간선거 이후로, 이제는 내년으로 미루어지는 상황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계절은…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