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우체통 박후식 시

2018년 10월 29일(월) 18:35

설지 않다
강아지와 햇볕이 장난을 친다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아무나 보면
골목 한 구석에서 뛰어나와 꼬리를 친다
그놈, 천성인가보다

빨간 우체통이
허술한 세월의 문 앞에 서 있다
까마득하다
세상이 온통 쥐 잡듯 시끄러울 때
공부하다 말고 쫓겨 온 아들놈 군대 보내놓고
문 밖에 나가 옷가지 기다리던
어미 맘이 저러 했을까

우체통이 서 있던 자리
하얀 낮달 그림자


<해설> 우체통은 강아지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한 대상이었다. 친구나 애인에게 혹은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소중한 존재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휴대폰이 보편화된 요즘 우체통은 점차 우리곁을 떠나고 있다. 정성스레 쓴 손편지를 우체통에 넣을 때의 설레는 마음마저 이제는 추억이 되는 시대다.
<약력> 1978년 ‘한국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광주문인협회 회원, 시집 ‘변경에 핀 풀꽃’ 외 3권, 산문집 ‘도시의 저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