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인지 방임인지? 강용 |
| 2018년 10월 30일(화)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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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66년 네로황제의 로마와 유대인들의 유대왕국 간에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몇 년간의 전쟁으로 예루살렘을 포함한 왕국은 파괴되고 백성들은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패배를 예견한 한 유대인 학자는 로마군 대장을 찾아가, 모든 것을 파괴하더라도 학교 하나만은 남겨줄 것을 부탁합니다. 결국 멸망한 이후 국가도 국민도 없어졌지만, 그때 남겨진 ‘예시바’라는 작은 학교를 통해 2천년만에 나라를 다시 세웠고, 세계 인구의 0.2%인 그들은 노벨상의 30%를 차지하고, 언론 금융 예술 등 많은 부문에서 세계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특정한 종교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전 어떤 고등학교에서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누구를 가르칠 정도로 지식과 지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고등학생 시절 방황하던 제 경험도 혹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강의 전 선생님께서 ‘떠들고 집중을 못하는 학생들도 좀 있는데 이해 좀 부탁 드릴께요.’라는 당부의 말에 ‘아이고…. 저도 다 그렇게 컷는데요 뭘~’이라고 웃으며 답을 하고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막상 강의를 시작하는데 그 자리에 선 것을 후회하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불과 한 시간짜리 강사로 서있었지만, 학생들에겐 투명인간인 듯,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자거나 떠들고, 앞을 보지도 않는 황당한 상황들을 수업시간 내내 보면서, 이것을 다르다고 해야 할지 틀리다고 해야 할지 참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견디기 힘든 절망감 속에서 그나마 쳐다보는 몇몇 학생들의 눈빛이라도 보며 강의를 겨우 마쳤습니다. 강의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선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자괴감마저 든다던 그 날 그 선생님의 하소연은 아직도 가슴속에 흉터처럼 남아 있습니다.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나 고등학교를 성실하게 만 다니지도 않았던 제 눈에 조차도 그 날의 학교의 모습은 솔직히 절망감이 느껴졌습니다.
주변의 선생님들에게도 들어봤습니다.
대부분 교육자의 꿈을 가지고 선생이 되었지만, 어찌 할 수 없는 제도 속에서 의욕은 결국 생계라는 현실에 부딪친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선생님들 역시 선생이 갖춰야 할 소양과 자질은 당연히 갖춰야 하지만, 학생이 교사를 희롱하고 폭행해도, 학교 내에서까지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들의 행패가 당연시되어도, 가르쳐야 한다는 학교의 본질을 선생님들마저도 지키기가 어려워져도, 學校의 기본과 본질이 파괴되어 가는 듯한 이 느낌은 저 혼자만의 느낌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농사도 어린 모종 때부터 순을 쳐주고, 곁 잎을 따내고, 솎아주고, 잘라주고, 제 길로 가도록 유인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때가 지나서 아무리 좋게 열심히 잡아주고 몇 십배의 노력을 쏟을지라도 결국 그 농사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학생인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인격과 상식을 더 채워야 하는 학생들에게, 인권이라는 울타리가, 선생님의 교권이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넓어, 가르치거나 채우는 것을 돕기조차도 힘들다면, 그것은 인권을 존중하는 것보다 오히려 학생들을 방임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지금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곧 학교로, 학부모로 그리고 사회 전반으로 돌아갑니다. 지금 학교의 모습이 맞는건지 아닌지 저 같은 농부가 어찌 판단하겠습니까만,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이 몇 천년전부터 어제까지의 교육의 결과이듯, 오늘의 교육은 내일부터 몇 천년 뒤까지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든 나타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잃었어도 작은 학교하나가 2천년 뒤에 나라를 만들 듯, 밥상머리 교육마저 사라져가는 요즘, 학교가 ‘學校’가 되어야만 지금의 우리는 2천년 뒤에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인격과 가치관의 완성이 중요한 시기에 지식의 교육을 덜 받더라도,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 배워야할 상식과 지혜의 교육을 더 받았더라면 지금보다 좀 더 밝고 행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을 깨우쳐 주기위해 가끔 회초리까지 드셨던 고인이 되신 선생님이 오늘은 유난히 그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