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자 김재출·목포소방서 대응구조과장

2018년 10월 30일(화) 19:48

맑고 쾌청한 가을하늘 아래, 울긋불긋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내는 듯 물들어가는 단풍들과 고즈넉이 쌓여가는 저 낙엽들을 보고 있자니 두 손 가득 움켜진 급박한 순간들과 한 해 여유롭지 못했던 마음 한구석이 서서히 여유로움으로 물들어 온다.

나의 직업은 소방관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생을 긴장과 두려움의 끈을 놓지 못하고 살아가는 내 삶의 숙명 속에서 자연이 내게 주는 가을 정취가 나는 사실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가을정취의 아름다움 그 반대편에는 차갑고 모진 바람과 그곳을 떠나지 못한 애먼 울부짖음이 있다.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 화재발생 건수는 해마다 급증한다. 차가운 기온 탓에 가정마다 점포마다 난방기구를 사용하고 불을 접하는 빈도가 잦아지는 만큼 화재 발생 위험 또한 증가한 탓이다. 전기적인 요인, 기계적 요인 등 수많은 화재원인 가운데 단연 1위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다.

“문어발식 콘센트를 사용하지 마라” “외출시 난방기구는 반드시 제거해라” “안전검증을 받은 제품만 사용해라” 등등…. 기본 안전수칙을 지킨다면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대다수 줄일 수 있건만 우리의 무관심과 설마 하는 생각,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잘만 돌아가는 기계의 익숙함에 속아 우리는 가끔 가장 소중한 것을 잃는 잘못을 범한다.

작년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올해 초 밀양 세종병원화재를 통해 평소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어있는 안일한 안전의식, 사회 전체에 만연한 편의주의의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전까지 재난은 우리에게 수많은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경고를 무시했고, 편의 때문에, 눈앞에 이익 때문에 눈여겨 보려하지 않았다.

재난의 경고에 답하는 방법은 어렵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 주변, 내 건물, 우리 집에 화재가 날만한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 혹여 있다면 생각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몸소 실천하는 것, 안전에 대해서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 것 이 3가지만 지키면 된다.

매년 11월은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소방서에서는 건조해지고 화재가 급증하는 11월을 ‘불조심 강조의 달’로 지정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예방코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두가 조금씩만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몸소 실천 한다면 낭만의 계절을 넘어 따뜻하고 행복한 겨울을 나지 않을까?

/김재출·목포소방서 대응구조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