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성이 핵심이다 김희준 |
| 2018년 11월 01일(목) 1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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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수사와 사법농단 수사 등 중요사건이 진행될 때마다 핵심인물들에 대한 구속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다.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발부 또는 기각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린다. 어떤 경우에는 그 결과를 두고 법원과 검찰 간에 공방전이 오가기도 한다. 동일한 피의자에 대해서도 상황에 따라 구속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기도 한다. 보완수사 과정을 거쳤겠지만 범죄사실이 큰 틀에서는 별 차이가 없음에도 우병우 전 민정수석 같은 경우에는 3번째 구속영장 청구 끝에 결국 구속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구속이 되고 불구속이 되는 걸까? 즉 구속의 기준은 무엇일까?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구속 요건은 두 가지다. 첫째, 피고인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다. 둘째, 주거부정, 증거인멸 우려, 도망 우려 중 하나 이상의 사유가 있을 때다. 다만 판사가 이를 판단할 때에는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나 중요 참고인을 위해할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요건이 충족되었을 때 흔히 “범죄가 소명된다”고 하고, 충족되지 못했을 때 “소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소명’은 ‘입증’보다는 낮은 정도의 증명을 말한다. 언론에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사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보도하는 것은 이런 경우를 의미한다. 범죄의 소명이 있다고 해서 무조건 영장이 발부되는 것은 아니다. 그 경우에도 주거부정이나 증거인멸 우려, 도망 우려 중 하나 이상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건 자체가 ‘상당한 이유’나 ‘우려’라는 추상적 기준이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판사나 검사 개개인의 주관이나 가치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법률서적에는 개인의 가치관이 아닌 판사로서 직업적 양심 또는 가치관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에서 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판사나 검사가 커온 환경이나 경험이 영장청구나 영장재판에서 크던 작던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가까운 친척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험이 있는 판사의 경우 교통사고 사건에 대하여 엄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같다.
이는 어떤 판사나 검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원이나 검찰이나 나름대로 구속기준을 정해 놓고 있어 큰 틀에서는 차이가 크지 않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다 규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구속된 사람들이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나는 것도 영장발부 판사와 구속적부심 담당 판사의 판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의 기초에 각자의 주관이나 가치관이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이것 때문에 검찰에서는 꼭 구속되어야 할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을 때 로또영장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반국민들은 재벌이나 권력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을 때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과연 공정한 결정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비슷해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영장이 발부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최근 사법농단을 둘러싸고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되면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시도도 비슷한 사안에 대해서 발부됐던 각종 영장들이 관련 판사들에 대해서는 잇따라 기각되면서 ‘제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생각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한 결과이다. 특별재판부 구성에 대해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삼권분립과 평등의 원칙에 어긋나서 위헌이라는 주장과 기본권을 침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므로 합헌이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이러한 논의에서 핵심키워드는 ‘공정성’이다. 공정성은 비단 재판영역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이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잘 효율적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느냐에 따라 국민의 행복이 달려있다. 공정하지 못한 사회는 행복하지 않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은 차별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별받은 사회의 구성원이 행복하기는 어렵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