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화제작 김경화 作 ‘숨은 노동’ 노동·산업현장 가치 재조명 정겨울 기자

2018년 11월 07일(수) 19:41

김경화는 1991년 말부터 1994년까지 학생 출신 노동자·활동가 즉 ‘학출’로 살았다. 공장 노동자·활동가의 삶에서 받게 된 ‘패배감’으로 한동안 가내 수공 노동에 종사하다가 1998년 예술대학에 입학해 미술 공부를 한다.

미술로 삶의 방향을 옮기게 되면서 자신의 활동 이력을 다시 돌아보지 않게 됐지만, 그의 작업은 ‘노동’과 ‘노동 현장’의 감각과 형상들을 꾸준히 초첨화해왔다. 헝겊으로 ‘공구’를 제작하거나, ‘시멘트’를 이용해 길들여지지 않는 도시의 이미지를 비둘기와 고양이를 만들어 배치한 작업들 그리고 일종의 ‘산업현장’ 부근에서 획득할 수 있는 오브제를 이용해서 세계를 새롭게 구성하려는 작업들이 그것이다.

골판지는 상품을 포장하거나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종이재질로 구하기 쉽고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이 재질을 통해 노동자 형상을 만듦으로써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현실을 나타내고자 한다.

무엇보다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골판지-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은 자신들의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착취의 구조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푸른 천’을 통해서 바라보도록 배치한다. 즉, ‘블루’가 서구사회에서 가장 선호하는 색감이라는 사실은 ‘미적인 것’이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지리경제적인 조건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