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다움’ 담은 다양한 전시 호평…국제적 위상 재확인 2018광주비엔날레 결산 ‘상상된 경계들’ 주제 관통 국제성·지역성 깃든 다양한 콘텐츠 시각화 호평 옛 국군광주병원 등 역사적 장소들 전시장으로 발굴…‘광주 정신’ 재조명 역대 최다 작가·작품 “보여줄 게 너무 많았다”…ACC 월요휴관 아쉬움도 정겨울 기자

2018년 11월 11일(일) 18:23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던 2018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이 11일 66일간의 대장정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사진은 주제전이 열리는 ACC 문화창조원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2018광주비엔날레는 다채로운 변화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단일 예술감독이 없는 ‘다수 큐레이터제’를 도입하고, 기존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서만 열리던 주제전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으로 확대했으며, 북한의 대형집체화를 한자리에 모은 ‘북한미술전’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세계 유수 미술관의 현직 큐레이터가 참여하고, 이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국제적 위상을 고취시키는가 하면, 광주의 이야기를 예술적 담론으로 풀어내 지역성을 잡았다. 국제성·지역성을 시각예술로 고스란히 담아낸 콘텐츠들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2016광주비엔날레와 비교했을 땐 ‘성공 개최’라는 평가에도 아쉬움이 남는 지점들이 있다. 지나치게 많은 수의 작품들, 지역사회와 유관기관들의 협력 부재 등의 이유 때문이다.

제12회 2018광주비엔날레의 성과와 과제 등을 점검해 본다.

옛 국군광주병원·도청 회의실 개방 의미

올해 광주비엔날레 ‘상상된 경계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가치, 그리고 ‘광주’였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다.

세계 곳곳의 이슈를 다루면서도 주제전부터 GB커미션,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 전시 전반에 걸쳐 광주의 역사성과 ‘광주정신’, ‘광주다움’을 담은 전시를 구현하기 위한 고민이 역력했다는 평가다. 이에 전 세계 취재진과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특히 이전까지 일반인에게 개방되지 않았던 옛 국군광주병원, 국광교회, 옛 전남도청 회의실(ACC 민주평화교류원 내) 등을 전시장으로 활용되면서 의미를 더했다.

개최지 광주의 도시 브랜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광주 정체성을 예술에 녹여냈다는 평가다.

문범강 큐레이터가 기획한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전에서 관람객들이 북한 작가의 대형집체화를 감상하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전시…‘동전의 양면’

올 비엔날레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고, 이에 따라 참여 작가들이 가장 많은 수의 작품을 선보인 전시였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전 세계 미술 트렌드를 더욱 풍성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을지 모르나, 관람객에게는 다소 혼란스러운 구성이었다는 혹평도 나온다. 한 마디로 “보여줄 게 지나치게 많았다”는 것이다.

각 큐레이터의 개성이 담긴 전시 주제나 작품 각각의 의미가 분산된 여러 전시를 통해 과연 효과적으로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많은 작품을 한데 몰아넣다 보니, 낙후된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에선 각각의 작품의 매력을 느끼기조차 힘들 정도로 다닥다닥 붙은 전시 동선도 불편함을 줬다. 이에 상대적으로 최첨단 시설을 갖춘 ACC 전시관의 콘텐츠들이 더 좋았다는 평가가 적잖게 나온다.

지역 관심·협력 바탕 발전 방안 모색해야

전시는 호평 속에 순항했으나, 큰 오점은 바로 ACC의 월요휴관이었다.

ACC 측은 두달여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가 진행됨에도, 매주 월요일이 정기휴관임을 이유로 전시장 문을 굳게 닫았다. 지난 9월 ACC와 광주비엔날레가 맺은 업무협약이 무색한 지점이다.

실제로 행사기간 중 타지에서 온 수많은 관람객들이 ACC 전시를 보기 위해 광주에 왔다가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ACC와의 소통·협력 결여도 문제지만, 이는 또한 지역 내 광주비엔날레에 대한 관심 부재의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광주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5관 출구에 마련된 어린이 만장 체험 프로그램.

올해로 제12회 행사가 열렸지만, 전시 기간 내내 광주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매년 비엔날레가 열릴 때 광주시립미술관이나 여러 사립미술관에서 자체적으로 크고 작은 ‘광주비엔날레 기념전시’를 여는 것을 제외하곤, 딱히 분위기 조성이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광주지역 여러 유관기관에서 비엔날레 붐 조성에 소극적이란 뜻이다.

광주에서 열리는 국제현대미술 축제의 성공 개최를 위해 유관기관간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행사 기간 중 문화 행사를 여러 기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개최하고 광주비엔날레의 붐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작가는 “전국의 미술 애호가들과 해외 관람객들의 발길을 광주비엔날레로 이끌기 위해선 먼저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모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행사기간 중 광주 전체가 움직이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