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송상진 |
| 2018년 11월 11일(일) 1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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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은 마음씨 착하고 가난한 구두공이다. 외상값을 못 받고 돌아오다가 벽에 기대어 있는 벌거벗은 거지를 만났다. 시몬은 거지가 추위에 얼어 죽을까봐서 자신의 외투를 입혀 집으로 데려온다. 데려온 거지의 이름은 미하일, 구두를 만드는 데 빼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몬의 구두는 유명해지고 살림살이도 피어난다.
시몬의 처음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 우리는 힘들다. 앞날이 두렵다.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고 노령인구는 늘어난다. 청년층의 취업은 힘들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는다. 고용시장은 불안하고 안전지대는 없다.
20대의 90%가 백수인 ‘이구백’과 장기 미취업자를 일컫는 ‘장미족’을 아는가?
젊은이들은 알바를 해서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위해 스펙을 쌓지만 20대는 잉여가 됐고 30대는 포기했다. 청년실업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과거에 겪어보지 못한 절박한 수준의 고용절벽이다.
공공영역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는 민간 부문의 투자와 일자리 만들기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청년들은 연봉만큼이나 복지, 일과 삶의 균형 등을 중시한다.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금전 보상과 함께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근로 환경을 원한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정부와 여야는 지난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모임에서 초당적 지원을 약속했다. 현대차가 자동차 공장을 신설하고 노동자는 적정 임금을 받으며 정부와 광주시가 복지와 금융, 세제를 지원하는 모델이다. 광주시가 1대 주주가 되며 현대차는 2대 주주로 참여해 현대차 브랜드의 차를 위탁 생산한다.
광주시와 지역 노동계가 노사민정 협력모델인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현대자동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강력한 반발이 걸림돌이다. 임금의 하향평준화로 다른 지역의 고용 불안, 현대차 경영위기 가속화 등의 이유를 들며 총파업까지 예고한다. 광주시는 현대차 노조 주장에 심사숙고한다. 노조가 우려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것이다.
기존의 상식과 통념만으로 살 수 없다. 변화의 속도가 숨 가쁘다. 광주형 일자리의 정착은 시급한 과제다. 청년일자리와 악화된 국내 경제 상황이 그러하다. 자동차 기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해외에만 공장을 세웠다. 생산 대수는 국내보다 해외가 더 많다. 일자리가 밖으로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일하는 시간과 임금을 줄여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고 일자리는 나누자는 상생의 철학에 기초하고 있다. 적정임금의 근로환경을 조성해 일하기 좋고 투자하기에 좋은 여건을 만드는 것이다.
정치적 민주화를 이끌었던 광주가 경제민주화를 이끌고자 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델을 성공시켜 노사관계를 개선하고 비정규직을 줄이며 사회적 신뢰를 조성해 떠나간 제조업이 국내로 다시 들어오게 만듦으로서 고용불안과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과 여야정의 전폭적인 지지선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미래 제조업의 혁신 방안인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의미한다.
광주시와 현대차는 오는 2021년까지 빛그린산업단지 내에 7000억원을 투자, 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위탁공장 설립을 추진한다. 노동은 숭고하고 모든 노동자는 존엄하다. 광주는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과 함께 상생과 사회 통합의 일자리 창출 모델을 실현해 갈 것이다.
사람은 자신을 살피는 마음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톨스토이가 우리에게 깨우침을 준다, 미하일이 교회 앞에서 얼어 죽을 뻔한 것은 민중들과 멀어진 당시의 현실을 보여준다. 먹고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삶은 경제활동에서 비롯된다. 톨스토이가 말한 것은 ‘일자리가 삶의 충분조건은 아닐지라도 필요조건’이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광주형 일자리는 상생과 연대의 철학, 대한민국의 희망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