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안전, 디테일에 있다 이천택 광주 동부소방서장

2018년 11월 13일(화) 18:46

예전 어느 신문기사에서 “신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detail)”라는 말을 본 기억이 떠오른다. 그 말은 20세기 세계 최고의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성공 비결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했던 대답으로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라도 사소한 부분까지 최고의 품격을 지니지 않으면 결코 명작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수많은 변용이 가능하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 ‘행정은 디테일에 있다’와 같이 정치나 행정 등 우리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도 말이 통하는데 대부분 전체적인 부분은 공감하지만 작은 부분으로 들어가면 첨예하게 의견이 갈릴 때가 많다는 뜻으로 쓰인다.

‘안전은 디테일에 있다’, 안전한 삶은 모두가 공감하고 바라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안전수칙들을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전’ 분야에서도 꽤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안전의식이란 대 명제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세부적인 안전수칙과 예방조치들이 이뤄져야만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말로 통용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안전을 지켜야 된다는 큰 명제는 충분히 이해하고 실천해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은 부분들은 언제부터인가 ‘설마’하는 마음들로 소홀히 여기면서 즉,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요소인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단계부터 문제가 발생하면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이 빈번히 발생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더 이상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정이나 일터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이 말을 가슴에 새겨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그러한 마음을 새기면서도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작은 부분들을 어떻게 해야 하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이처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을 위해 요즘 우리 소방관서에서는 안전을 위해 꼭 지켜야하는 작은 부분들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교육시키며 예방하는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 대의 위력과 맞먹는 소화기, 화재발생 상황을 인지해 신속히 대피할 수 있게 알려줌으로써 인명피해를 줄여 주는 단독경보형감지기와 같은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 설치해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을 알리는 한편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돌봄이웃들에게 무상으로 보급·설치해 주는 일도 소방관들이 시민들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업무 중 하나이다.

그리고 소화기의 내용연수를 10년으로 하는 법 개정사항의 홍보는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의 편익을 위해 내용연수가 경과한 노후소화기의 수거와 폐기를 소방관들이 돕고 있다.

요즘은 화재예방이 더욱 강조되는 겨울철을 맞아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데 필요한 작은 부분들을 소방관들이 채워주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특히, 각종 화재예방 캠페인은 물론 올해는 ‘화재위험 3대 겨울용품’인 전기히터·장판, 전기열선, 화목보일러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아울러 피난약자시설, 화재경계지구, 전통시장 등 겨울철 화재취약 대상으로 불시 소방특별조사와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집중 안전관리를 통해 겨울철 화재예방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탈리아의 천재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자신이 만든 한 조각품을 의뢰인에게 자세히 설명한 일화가 있다. “이 부분을 손 보았고, 저 부분도 약간 다듬었으며, 여기는 약간 부드럽게 만들어 근육이 잘 드러나게 했습니다. 입 모양에 약간 표정을 살렸고, 갈빗대는 좀 더 힘이 느껴지게 바꿨죠.”

이렇게 자세한 설명에 의뢰자가 “그건 어디까지나 사소한 부분이잖아요.”라고 말하자 미켈란젤로는 “완벽함은 결국 사소한 부분에서 나옵니다. 완벽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지요.”라고 응대했다.

안전은 디테일에 있다. 언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힘든 지금의 사회에서 안전은 더 이상 지키고자 하는 마음만으로는 완성할 수 없기에 작고 세밀한 부분,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행동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 소방관이라는 안전 도우미들이 늘 곁에 있지만 진정한 안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부분을 채우고 실천하는 시민들의 능동적인 자세가 더해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올해 겨울철은 우리 모두가 안전을 위한 작은 부분에 집중해 안타까운 사고가 없는 따뜻한 겨울나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