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시대 아버지들의 행복관 담아낸 대중영화” 14일 개봉 영화 ‘출국’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시사회 가보니 서울=정겨울 기자 |
| 2018년 11월 13일(화) 18: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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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했다. 격동의 현대사 속에 한 사람의 인생이 휘말려, 그토록 바랐던 성공도, 가족과의 소소한 행복도, 따뜻한 고국에서의 맞이도 없었다. 그 어느 데도 닿을 수 없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마친 후 어딘가 씁쓸했다. 분단의 역사 속 지금을 사는 우리들의 현실을 담고 있는 듯해서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인 줄 알았는데, 이 또한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았다고 하니 좀체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14일 전국 극장가에 개봉하는 광주 출신 노규엽(38) 감독의 첫 데뷔작 ‘출국’에 관한 이야기다.
개봉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 8일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출국’의 시사회가 열렸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150여명의 관객이 참석해 영화를 관람했으며, 이후에는 관객과 감독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GV도 진행됐다.
영화는 서독으로 망명해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평범한 경제학자 영민(이범수 분)이 자신의 학문을 높이 평가한다는 북한 공작원의 말에 혹해, 북한으로 넘어가겠단 선택을 하지만, 결국 이는 오롯이 자신의 과오로 돌아온다. 북한에서 대학교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긴커녕 가족을 잃고, 이 가족을 인질로 삼은 남한, 북한, 미국, 독일 정부는 그를 외교적 매개체로 이용한다.
영화는 오길남 박사의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았다.
노규엽 감독은 오길남 박사의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이란 원작 에세이를 읽고 영화 ‘출국’의 시나리오를 썼다. 오 박사의 실제 사건에 영감을 받은 픽션이지만, 현재까지 만나지 못한 이 가족의 비극적 역사 등 굵은 뼈대는 실화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특히 정치적 술수에 꼼짝없이 당하는 주인공 영민과, 그의 가족을 납치한 북한 정부, 이들을 좇는 각국 정부의 지략싸움은 다소 차가운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숨막히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영민은 가족을 위하는 마음, 딸을 바라보는 따뜻한 행동과 시선, 말투 등은 부성애를 가득 담아낸다.
노규엽 감독은 “차가운 성격의 첩보물과 부성애를 그려낸 따뜻한 드라마의 성격을 어떻게 한 화면에 담아낼지 가장 많이 고민했다”며 “둘의 밸런스를 조화롭게 맞추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탄탄한 스토리 외에 영화의 영상미가 빼어나, 보는 즐거움을 준다. 1986년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실제 폴란드 로케이션을 통해 당시의 동유럽 감성을 그대로 전한다. 또한 주연 이범수, 연우진과 박혁권, 박주미, 이종혁, 정석원 등 조연 배우들의 호연도 몰입도를 더한다.
한편, 이 영화는 본래 ‘사선에서’란 제목으로 지난해 개봉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불공정한 제작 지원을 받았다는,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논란에 휩싸여 1년여간 개봉이 늦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감독은 “영화 후반 작업을 하던 당시 여러 비판을 받으면서 투자와 관련, 배우와 감독 모두 난감하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며 “개봉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이같은 정치적인 이슈들은 잊고 관객이 이 영화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노 감독은 “이 영화는 애국심이나 반공, 북한 인권 문제 등과는 거리가 멀다”며 “‘자신의 성공이 가족의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아버지들의 보편적인 생각을 담아낸 대중영화”라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출국’의 노규엽 감독은 1980년 광주 출생으로, 국민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으며 2006년 영화 ‘우아한 세계’ 연출팀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105분, 15세 관람가. /서울=정겨울 기자
서울=정겨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