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 선생의 역경 강좌] (99) 육십사괘 해설 : 23. 산지박(山地剝) 上

‘박 불리유유왕’ (剝 不利有攸往)

2018년 11월 19일(월) 18:56
역경의 스물세 번째 괘는 산지박(山地剝)이다. 박(剝)은 ‘깎을, 벗길, 떨어뜨릴, 두드릴 박’으로 해부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산지박은 산천초목이 황량한 가을을 의미한다. 산지박은 곤하간상(坤下艮上)으로 곤은 땅, 간은 산이다. 모두 토(土)에 속해 그 질(質)은 같지만 형체는 평지이고 높은 산이다.

상을 보면 평지 위에 산이 높이 있는 것으로 초효부터 5효까지의 음(陰)은 흙이 쌓여있는 것이고 상효의 1양(陽)은 산꼭대기의 정상이다. 산의 꼭대기는 끊임없는 자연의 풍화작용을 받아 낮아져 수평으로 나아가니 이러한 상을 취해 이괘를 박(剝)이라 했다. 앞괘 산화비(山火賁)의 산은 땅 속의 용암이 분출해서 꾸며진 것으로 지열(地熱)이 아직은 왕(旺)하고 용토(熔土)를 토출시켜서 산을 만들어서 지열이 아직 냉각이 덜된 것이라서 언제라도 분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산지박은 내괘가 곤으로 땅바닥은 이미 냉각해서 풍화작용을 받아 낮아진 노쇠(老衰)한 괘이다. 또한 산지박은 소장괘의 하나이다. 양과 음으로 완전무결한 건위천과 곤위지를 소장괘의 기본으로 보는데 박괘는 6양의 건위천의 초효에 1음이 출현한 것이 천풍구(天風?)고 점차 음의 세력이 증가해서 천산둔(天山遯), 천지비(天地否) 풍지관(風地觀)이 돼 드디어 상효 1양 하나가 무너지기 일보직전 단계가 산지박이다.

산화비괘 다음에 산지박괘를 배치한 이유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비(賁)는 꾸미는 것이니 꾸밈을 이룬 연후에 형통하게 돼 다하게 되니 그럼으로써 박으로써 이어 받는다(賁者 飾也 致飾然後 亨則盡矣 故 受之以剝)’라고 한다. 즉 산화비로 사물을 꾸며 완성해 형통함에 도달했으니 이제는 깨지고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자연의 성행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박으로 받았다는 의미다.

박(剝)은 사람으로 말하면 노쇠한 상태에 이른 것이고 하루로 말하면 저녁이며 계절로는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 술월(戌月)의 때에 해당한다. 일년 중 술월은 일년의 농사가 모두 끝나고 들판은 황량해 한 기운이 찾아오는 때로서 일년의 목적을 달성한 시기다. 그래서 추박(追剝)이라 하고 벗겨내고 깎아내고 빼앗기는 것이며 강제로 없애 버리는 것이다. 이를 상으로 살펴보면 음의 세력이 강해 양을 박진(剝盡)해 가는 것이고 음의 악(惡)하고 작은 것이 모여 양의 선(善)한 큰 것을 없애 버리고 있는 모습이다. 즉 음이 양을 추박(追剝)하고 있는 것이다.

박괘(剝卦)의 상하괘 간의 관계를 보면 상괘 상구는 늦가을의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열매로 마지막 생명이 결집돼 있는 것과 같다. 이제 생명이 다 벗겨져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상을 보고 ‘박괘’(剝卦)라 했다. 상하괘 간의 상을 보면 옛것이 가고 새로운 것을 환영하는 영신거구지과(迎新去舊之課)요 쥐가 창고의 곳집을 뚫고 마지막 단계에 까지 와있는 서천창름지상(鼠穿倉?之象)이며, 사악한 음들이 모여 양을 깨고 소멸시켜버리는 군음박소지상(群陰剝消之象)이고 구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가 오는 거구생신지의(去舊生新之意)의 모습이다.

박괘의 괘사(卦辭)는 ‘박(剝) 불리유유왕(不利有攸往)’이다. 즉 ‘벗겨내는 형국이니 나아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지 않다’는 뜻이다. 나아가지 말고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1양은 군자이고 5음은 사악한 소인배 무리다. 나쁜 소인배들이 모여 군자를 추박(追剝)해 그 힘을 박탈하는 때이니 밖으로 나아가는 일이나 일을 만들고 일으키는 것은 좋지 않다. 이를 ‘불리유유왕’(不利有攸王)이라 했다. 박(剝)의 때에는 움직이면 해를 입는 일 밖에 없다. 군자가 소인 무리들에게 대항하면 상해를 당할 수밖에 없다. 군자가 아무리 큰 이상을 가지고 있어도 사악한 소인의 무리들이 활개를 치는 때에는 일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 군자라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지키기만 함으로써 화패(禍敗)를 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이다.

단전(彖傳)에서는 이를 ‘소인이 자라는 시기이니 군자는 순하게 멈추고 상을 잘 살펴서 천지의 시운(時運)의 변화와 차고 이지러짐을 알아 행동하라’고 해 ‘소인장야 순이지지 관상야 군자상소식영허 천행야’(小人長也 順而止之 觀象也 君子尙消息盈虛 天行也)라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박의 때에는 때의 추이(推移)를 알고 천행에 따르려고 노력하여 다음 시대를 위해 힘을 비축하라는 것이다.

상전(象傳)에서는 ‘산이 땅 옆에 붙어 있는 것이다 박이다. 위가 아래를 두텁게 하니 편안하다’고 해 ‘산부어지박 상이후하안택’(山附於地剝 上以厚下安宅)이라 하고 있다. [가택점] 등을 점했을 때 산지박이 나오면 산 옆에 땅이 있어서 안택하다고 하지만 괘명 자체가 박이므로 좋은 것은 아니고 지금은 박락(剝落)의 때로 복이 빠져 나가는 때다.

박은 똑바로 서 있는 산이 점차 붕괴해 가는 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땅 위에 산이 있다’고 말하지 않고 ‘땅 옆에 산이 붙어 있다’고 말한다. 박괘(剝卦)는 지산겸(地山謙)괘가 역위(易位)해 땅 속에 있는 산이 땅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높은 산이 불안한 것은 산이 붙어있는 땅의 한 쪽에 낮은 데가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낮은 데를 후(厚)하게 채워주면 아래가 안정될 뿐만 아니라 위에 있는 것도 역시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상전은 말하고 있다.

점해 박괘를 만나면 양기(陽氣)가 강한 음기(陰氣)에 의해 밀려 나는 극단(極端)의 시기니 나서는 일은 모두 실패하는 때이다. 즉 남에게 강제로 힐난 당하고 사직(辭職)을 강요당하는 시기다. 시절로는 음력 9월로 초목의 잎이 다 마르고 들판은 황량한 시기로 엄동설한(嚴冬雪寒)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병들어 혼(魂)이 이미 육신을 떠나려 하고 있는 죽을 지경에 놓여 있는 경우와 같다. 박괘는 땅이 깎여서 복(福)이 달아나는 박락쇠퇴지상(剝落衰退之象)으로 사업, 거래 등에서는 좋지 않은 자들이 무리를 지워 압박하고 있고 자기 밑에 있는 자들이 음해(陰害)해 무너뜨리려 하고 있으니 결손(缺損)이 심하고 진행하는 일은 모두 실패한다. 일본의 역점의 명인 신정백아(新井白蛾)는 이러한 박괘의 상을 ‘쥐가 창고를 갉아먹고 있는 상’(鼠穿倉?之象)이라 했고 마치 사자(死者)의 몸속에서 벌레가 나와 창고의 물품 등을 갉아 먹는 상이다. 상대의 인격을 보는 점에서는 상대는 고집이 세고 단순하며 남의 지위를 헐뜯고 속이는 일을 하는 사악한 사람이다. 바라는 바 등도 자신의 능력이 박약(薄弱)한데 바람이 너무 커서 전혀 불가능하고 오히려 물러서는 편이 득책이다.

박괘를 역위하면 지산겸이니 겸손함으로 바램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해야 한다. 박의 상효 1양이 떨어지면 곤(坤)의 평지로 돌아가니 마음의 평안을 얻어 모든 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방책이기도 하다. 혼인은 중매인으로부터 속지 않도록 신중해야 하고 혼인 상대의 여자는 성질이 좋지 않은 자로 재산 상속 등을 노리는 정략 음모결혼이 될 수 있으며 부인의 정력이 너무 강장(强壯)해 상대하기 어렵고 미인계에 걸리거나 다 털려 알몸이 될 수 있는 대흉이다.

잉태는 모태(母胎)가 건강하지 못해 태아가 위험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기다리는 사람은 금방은 오지 않고 달이 바뀌면 돌아 올 수 있고 가출인은 혼자 사는 외로움에 지쳤거나 사악한 무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가출했고 돌아오기는 힘들며 분실물은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거나 해 사용할 수 없다. 이전, 신축은 하지 않은 것이 현명하고 여행하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다칠 수 있고 불시착 등으로 일정이 변경돼 혼자 여행하게 될 수도 있으니 보류하는 것이 좋다.

병은 타박상, 종기, 오랜 뿌리를 가지고 악화되고 있는 병으로 절개수술 등이 필요하고 중병이라면 위험하다. 날씨는 흐리나 비는 오지 않는다.

/동인주역명리학당(062-654-4272)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www.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jdaily.com/1542621371453025195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4일 08:5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