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청소하는 빗자루 조영환 수필가

2018년 11월 28일(수) 19:17

미국 하버드 대학교 물리학 교수, 로이 글라우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자광학의 아버지’다. 일흔 살 생일을 맞이하는 해에 글라우버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최종 심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글라우버 교수는 자신의 양자광학에 관한 연구에 대해서 회의감을 갖기 시작했다. 과연 해당 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자 글라우버 교수는 연구 중에도 잘 집중하지 못했다. 그는 조교에게 자신이 정말 늙었냐는 질문을 반복해서 하기도 했다.

글라우버 교수가 자신에 대한 회의감을 갖기 시작할 무렵, 하버드 대학의 과학 유머 잡지사가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대해 수여하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에 초대되었다. 글라우버 교수는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함께한 과학자들과 웃고 떠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주위 과학자 몇몇이 진짜 노벨상을 받으러 스웨덴의 노벨상 시상식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글라우버 교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그노벨상의 시상식이 끝난 후 모든 사람이 행사장을 떠났지만 글라우버 교수는 혼자서 의자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는 정말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골몰해 있었다. 무대 위에 수많은 종이비행기와 시상식에 뿌려진 종잇조각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보자 글라우버 교수는 갑자기 일어나 구석에 놓인 빗자루를 들고 행사장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빗자루를 열심히 놀려 휴지조각이 서서히 한곳에 모이자 그는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그동안 느꼈던 불안감이 우습게 여겨졌다. 종잇조각들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때 글라우버 교수는 마치 마음의 먼지와 때가 손에 든 빗자루에 차례차례 쓸려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 후로 2년, 3년, 그리고 5년째가 되었을 때 백발이 성성한 글라우버 교수는 몸에 망토를 걸치고 빗자루를 들고 일찌감치 이그노벨상의 시상대에 올라 시상식을 거행할 때 무대의 아래에서 사람들이 던지는 종이비행기들을 쓸었다. 마치 그는 오로지 종잇조각과 무대 위로 날아오르는 종이비행기들에만 관심을 갖고 누가 상을 받는지는 전혀 관심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글라우버 교수는 그렇게 꼬박 11년 동안 이그노벨상의 시상식에서 청소부로 일했다.

2005년, 글라우버 교수는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여든 살이었다. 사람들은 그가 진짜 노벨상을 받게 되어 이제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이 빗자루를 드는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해의 이그노벨상 시상식에 글라우버 교수가 빗자루를 들고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글라우버 교수의 제자 한 명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빗자루를 받아가려고 하자 글라우버 교수가 제자를 저지하며 말했다.

“자넨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고 생각하나? 그 사람들 마음에는 과연 때가 없을까? 그러니 자넨 마음의 먼지와 때를 말끔히 청소하는 내 빗자루를 가져가선 안 되네. 내가 시상식장을 청소하는 건 사실 마음을 청소하고 있는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네.”

진짜 노벨상 수상자는 꼬박 11년 동안 빗자루를 들고 이그노벨상 시상식장을 청소했다. 이는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2007년 여든두 살이 된 글라우버 교수가 사람들에게 한 말은 큰 감동을 던져준다.

“저는 손에 든 빗자루를 계속 놓지 않을 겁니다. 이 빗자루가 저를 깨어 있게 했고, 일에 매진하도록 해주었으니깐 이것은 제 영혼을 청소하는 빗자루입니다. 누구도 제게서 이 빗자루를 가져갈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과 머릿속도 때때로 말끔한 청소가 필요하다. 매일 쌓이는 각종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마음을 녹슬게 한다.

당신 삶에서 당신의 영혼을 정화시켜주는 빗자루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