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 찔레꽃잎 따물던 언덕에 주전이 시

2018년 12월 10일(월) 18:36

돌아가고 싶었네
그 하얀 손톱 바래고
일상이 퇴적하다 쌓인 황혼숲 한줄기 바람으로
옛나루 목화동에 닿고 싶었네

으스름 달 아래 엎드려 풀숲 짙은 소리 피어문
꽃식구들 초록문 열어 순은으로 피어나라
거울보다 맑은 고향 그리워 내 무수히 찢겨버린 세월 한 구석
어린 암소를 몰고가던 그 농업학교 언덕 솔바람소리

애맥의 꽃잎이었네
그 봉숭아 손톱 바래고
들나비떼 향수 뿌린 새벽 잠들지 못해 서성이는
옛 우두봉 허리 목화동에 가고 싶었네

젖은 별빛 아래 나란히 은혜로운 웃음 향기 흐느적
울먹이던 바람소리 그리운 칠동아 목청껏 불러보자
하늘보다 높은 까치집 내 유년의 꿈 한 구석
젊은 암소를 치고가던 그 농업학교 솔바람소리


<해설> 유년시절 고향은 어머니 품처럼 포근하고 그리웁다. 친구와 뛰놀던 동산 언덕이며, 여름날 물장구치던 마을 앞 냇가,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던 여름밤. 그 아련한 풍경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는다. 문득 돌아가고 싶은 어린 시절 고향은 지금 어디에도 없다. 그저 시인의 마음속에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을 뿐. <약력> ‘한국시’등단, ‘시집 탐진강 일기’, 연구서 ‘시인 영랑 김윤식 전기’, 한국문인협회·모란촌 문학동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