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선거법 피의자로…윤 前 시장의 ‘얄궂은 운명’ 권양숙 여사 사칭 사기범 280회 연락…4억5천만원 송금 오승지 기자 |
| 2018년 12월 16일(일) 19:34 |
◇‘권양숙 여사 사칭’ 사건 발단 = 청와대는 지난 10월22일 발표한 ‘대통령 등 사칭 편취 사례’ 중 첫 번째 사례로 “사기 등 전과 6범의 A씨가 대통령 명의로 문자메시지를 위조·송신해 이 문자를 수신한 피해자 B씨로부터 수억 원을 편취했다”는 내용을 먼저 소개했다.
뒤늦게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B씨가 윤 전 시장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사기범 김모(49·여)씨는 지난해 12월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첫 문자를 보냈다. 이후 윤 전 시장과 김씨는 총 전화통화 12차례, 문자메시지 268회 등 총 280 차례의 연락을 수사가 시작된 10월께까지 했다.
윤 전 시장은 김씨의 거짓말에 속아 지난해 12월말부터 지난 1월말까지 4차례에 걸쳐 4억5천만원을 송금했다.
검찰은 윤 전 시장이 이 같은 김씨의 사기행각에 송금한 사실에 대해 공직선거법(정당의 후보자추천관련 금품수수금지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으로 지난 13일 6·13지방선거사범 공소시효에 맞춰 기소했다.
◇꺼지지 않는 논란·의혹 = 불과 반년전만 해도 광주시장이었던 윤 전 시장이 피의자로 전환된 데는 사기범의 자녀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혼외자’라는 말에 속아 시 산하기관과 사립학교 등에 채용해준 사실(직권남용·업무방해)이 드러나면서 부터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까지 시중은행 두 곳으로부터 총 3억5천만원을 대출받고,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려서까지 김씨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윤 전 시장이 이 과정에서 일말의 의문도 없이 범행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덜컥 믿어버렸다는 사실도 석연치 않다. 김씨가 또 다른 정치계 인사들에게 똑같은 수법으로 접근했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 방증이다.
검찰은 1억원 출처와 관련된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 단순한 채무가 아닌 이권과 연계된 지역의 모 건설사가 내놓은 금품일 수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과 김씨의 자녀 취업 과정에서 윤 전 시장이 청탁을 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영란법 위반 소지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능범?’ 향후 재판 쟁점 = 윤 전 시장은 김씨에게 보낸 4억5천만원을 ‘공천 헌금’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검찰과 팽팽히 맞섰다.
여기서 쟁점은 실제 권력자에게 금품을 건넨 것이 아니라 사기를 당했는데 공직선거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광주지검은 사기와 선거법 사건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상상적 경합이란 한 개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경우로 검찰은 실질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쳤는 지와 상관없이 김씨가 지방선거 공천에 대해 기대감을 주고 금품을 받은 행위와 윤 전 시장이 당내 공천을 앞둔 시기에 돈을 건넨 행위 모두 처벌 대상(공직선거법 47조의2 제1항)이라고 판단했다.
반면 윤 전 시장은 사기에 속아 선의로 돈을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항변하며, 검찰이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일부 내용과 김씨 진술을 바탕으로 짜 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며 진술 조서 날인을 거부했다.
법조계에서는 사기범 김씨가 실제로는 공천에 행사할 수 없는 ‘불능범’ 성격을 띠고 있어 공천헌금 개념이 성립하지 않고 선거범죄로도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공천 개입 등이 실행되지 않았더라도 실제 능력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와 관련해 돈을 주고받지 말라는 선거법 취지를 어긴 것”이라며 “불능범은 마약인 줄 알고 밀가루를 먹은 경우처럼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없는 경우에 성립하는 개념으로 이번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오승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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