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려지는 아기들”…입양특례법 손봐야 생활고로 영아 유기 해마다 증가세…엄벌보다 대안 필요 최환준 기자 |
| 2018년 12월 17일(월) 19:43 |
생활고에 시달리는 미혼모나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 등이 갓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입양을 보내면 감추고 싶은 개인정보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극단적으로 아이를 유기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사회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동시에 이뤄져야 영아 유기와 같은 사례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광주 서구 광천동 한 무인텔 객실에서 생후 6개월 된 딸이 15시간 이상 방치돼 있었다. 사기 혐의로 경찰 수배망에 올라와 있었던 친모 A(31)씨는 아이가 발견됐을 당시 자신의 주거지가 있는 경남 지역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에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려 경남 창원에 있던 지인에게 유아용품을 받고 돌아오려 했고, 아이가 보육원에 맡겨져 있으면 데리러 가려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8월에는 B(24·여)씨가 생활고를 이유로 자신이 낳은 아기를 퇴원하기 전 북구의 한 산부인과에 버리고 달아났다. 마음이 아팠던 B씨는 도주한 날 112에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힌 뒤 경찰서에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아기를 키울 의사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생활고 등의 이유로 아이가 버려지는 영아 유기와 사망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순례(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87건에 불과했던 건수는 지난해 177건을 기록, 4년 사이 무려 2배를 넘어섰다.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지난해 발생건수의 80%를 돌파해 올해는 약 200건을 넘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아 유기 건수가 늘어나는 데에는 ‘입양특례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2년 8월 출생신고가 이뤄진 아이만 입양이 가능하도록 이 법이 시행된 후 영아 유기·살해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신분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에게는 입양 보낼 경우 친부모 ‘출생등록’ 서류작성이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길 수 없는 족쇄로 작용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 의원은 “정부가 합법적인 입양 통로를 ‘출생신고’라는 장벽으로 막아버리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미혼모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주여대 허정철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특례법이 미혼모에게 불리하게 만들어져 있다. 출생신고로 인해 신분이 노출될 수 있어 베이비박스에 두고 가거나 유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만 책임이 전가되는 사회의식 또한 해결돼야 한다”며 “사회에서 양육을 책임지는 등 현실적인 제도와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최환준 기자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