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6)일곡마을주민협의회 아파트 담장 허물자 웃음꽃 넘치는 마을로 자생단체·마을공동체 연합 지난해 2월 출범 총회·주민투표로 13개 마을의제 직접 선정 교통 캠페인·청소활동 활발…축제한마당도 최환준 기자

2018년 12월 19일(수) 19:20

일곡마을주민협의회는 이웃간 정이 넘치고 웃음꽃 피는 마을로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과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왼쪽부터 ‘일곡마을 깨끗이 하는 날’, ‘일곡마을 웃음꽃 축제’, ‘교통안전 마을 만들기 캠페인’ 활동 모습.

광주지역의 교육 요충지이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북구 일곡동이 최근 이웃간 정이 넘치고 웃음꽃 피는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1996년 택지개발에 들어간 일곡동은 1998년부터 주민들이 아파트에 입주하기 시작했다. 20개 아파트 단지와 자연마을 등에 3만5천여명 정도가 거주하며 초등학교 4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2곳이 자리해 있어 교육 여건도 뛰어난 편이다.

또 아파트 단지 근거리에 10개의 공원시설도 자리해 있어 교육, 자연, 편의 등 삼박자를 고루 갖춘 마을로 손꼽힐 정도다.

이처럼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일곡동에도 큰 난제가 있었다. 아파트 간 담장이 안과 밖을 철저히 갈라놓는 등 이웃간 벽이 존재했던 것이다.

아파트 간 통로 구간이 없다보니 공원과 도서관에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를 피해 먼 길을 돌아가야 했고 또 어떤 곳은 버스승강장과 가까웠지만 다른 곳은 학교가 멀어 이동하기에 큰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그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일곡동두레마을주민협의회가 아파트 4개 단지의 담장 일부를 허물어 통로 3곳을 만든 뒤 2015년까지 17개 아파트 주민들과 합의해 담장을 허물어 ‘소통로’를 만들었다.

이 소통로가 만들어지고 난 후 이웃간 마음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주민과의 소통도 강화되기 시작했다.

동네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던 마을 안건에 대해 서로 협력하고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협치 과정을 통해 공동체 마을로 한 단계 도약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곡동두레마을주민협의회는 소규모 공동체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일곡마을 내 다양한 주민단체들의 연계·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마을네트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일곡마을주민협의회’를 결성하게 됐다.

2017년 2월28일 구성된 일곡마을주민협의회는 협치마을 사업에 참여하는 자생단체네트워크(9개 자생단체)와 일곡마을회의(8개 마을공동체)가 연합한 단체로 일곡동 대표 의사기구의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일곡마을주민협의회는 일곡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마을의제를 직접 제안하고, 협의·결정하는 주민회의인 제1차 일곡마을총회(2017년 6월29일)를 개최했다.

‘모두가 행복한 일곡마을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주제로 마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마을 일에 욕구가 있는 주민과 단체회원 등 1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총회에서는 ‘학교주변 불량식품 GMO 식품 없는 마을(학교) 만들기’, ‘쓰레기 없는 쾌적한 마을 만들기’, ‘소공원 구석구석 가로등 설치 및 안심지킴이가 있는 마을 만들기’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제1차 총회와 온·오프라인을 통해 발굴된 13개 의제를 바탕으로 일곡마을주민협의회는 ‘웃음꽃 피는 일곡두레마을 만들기’라는 주제로 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오기 시작했다.

마을계획 1순위 의제로 선정된 ‘교통 안전마을 만들기’ 실행을 위해 지속적인 주민 교육과 홍보캠페인을 실시했다.

관내에 위치한 ‘교통문화연수원’의 협조를 받아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진행했으며 차량스티커, 동네 주행속도 30㎞ 인증샷, 마을존 30일지 등 캠페인도 함께 병행해 오고 있다.

특히 무단횡단이 빈번한 주요 사거리 및 버스정류장 인근 등에 대각형 횡단보도 확대와 교통체계도 수정 요청중이며, 마을진입로 등 과속이 빈번한 주요 사거리 4개소에 차령속도 측정판도 설치할 예정이다.

또 매달 한번 씩 일곡마을주민협의회 소속 18개 단체회원과 마을주민이 모여 ‘일곡마을 깨끗이 하는 날’을 추진해 오고 있다.

마을 일정구역을 정해서 청소 전후·사진을 온라인(카카오톡 및 밴드)을 통해 공유하고 있으며, 청소구역 내 깨끗하고 아름다운 가게를 선정하는 등 마을 참여단체간 협력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일곡마을주민협의회는 이웃 주민들의 결속력 강화와 마을 상권 활성화를 위해 마을축제도 실시해 오고 있다. 지난 10월 열린 ‘일곡마을 웃음꽃 축제’에는 주민 2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단체별 캠페인마당, 체험마당, 공연마당, 놀이마당, 나눔장터, 마을총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축제준비 과정에서 각 단체별 역할 분담으로 책임감을 높이고 협치 역량을 강화해 마을공동체 의식 제고에 큰 기여를 했다.

또한 축제기간 중 할인쿠폰, 경품증정 등의 행사 진행으로 마을 전체가 함께 참여하고 즐기는 마을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곡마을주민협의회는 앞으로도 주민단체와 주민들의 참여로 수립된 마을의제와 계획을 성실히 실행함으로써 주민 주도형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힘쓸 계획이며, 광주의 대표적인 협치 마을이자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민·단체간 연계·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최환준 기자


“주민 참여로 마을 민주주의 시작”

이성진 일곡마을주민協 대표

“주민단체와 주민들의 참여로 수립된 마을계획을 실행해 마을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일곡마을주민협의회 이성진 대표는 “일곡마을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새봉 농업생태공원과 아파트 단지간 소통로 조성이 있었다”며 “이를 계기로 마을 이웃간 소통이 활성화되고 협치과정을 거치면서 마을자치 실현을 위한 역량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주민총회와 투표 결과, 1위 의제로 선정된 ‘마을주행 속도 30㎞(교통 안전마을 만들기)’ 사업을 올해 마을의제 실행과제로 옮겨 마을 주민과 단체들이 협력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했다”며 “주민들이 직접 선정한 마을 의제다 보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무단횡단 안하기 캠페인과 주민 워크숍 등의 활동을 통해 주민자치가 더욱 활성화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곡마을주민협의회’가 주민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로 마을축제와 일곡마을배움청을 꼽았다.

이 대표는 “기존 자생단체 중심으로 추진해오던 ‘한마음축제’와 일곡마을배움청의 ‘차없는 거리 축제’를 하나로 융합한 ‘일곡마을 웃음꽃 축제’는 주민주도형 축제였다”며 “일곡마을의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참여하는 축제를 만들고자 ‘누구나 마을축제추진위원회’ 조직을 구성해 축제 준비를 했고 본 행사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부스를 운영하며, 행사를 이끈다는 느낌을 받아 뿌듯했다”고 소회했다.

특히 그는 “일곡지구는 육아와 아이들의 학습에 관심이 높은 젊은 부모 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 학교와 학원에만 의존하던 교육을 탈피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다”며 “일곡마을배움청을 통해 ‘한새봉 개구리 논 벼 베기’ 생태계를 매체로 한 체험학습 기회도 제공되는 등 교육과정 다양화로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마을과 학교가 연계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활성화로 마을 속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이 중요하다”며 “마을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하는 명실상부한 ‘일곡마을 네트워크’를 추진하면서 협치 마을이자 공동체 마을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