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발에 오줌 누지 마라 박대우 지역발전정책연구원장

2018년 12월 20일(목) 18:36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이 격화되고 있다. 급기야 택시기사 한 분이 분신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택시업계는 20일 하루 동안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국적으로 25만여대의 택시 운행이 중단됐다. 국회 앞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여당에서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벌써부터 사납금 제도의 개선, 실질적인 고용과 임금 보장을 위한 지원 등 여러 방안과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택시업계의 어려움,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실효성 있는 조치들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들은 덮어놓고 지원과 보호에 중점을 두는 정책들로 카풀 서비스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을 해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2008년,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이른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개념이 강력한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우버, 그랩, 리프트 등 차 공유 서비스가 만들어지고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숙박 공유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공유경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거의 모든 분야에 그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카풀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카풀 서비스는 어느 한 기업의 상품이라기보다는 소비 시장의 변화이며, 사회 구성원의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하나의 징후이다. 어찌 보면 자유시장경제 하에서 파생된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사실상 필수품이다.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만큼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가히 놀라운 기기의 등장과 함께 실용적이고 편리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앱(application)’들이 개발되면서, 산업과 경제의 패러다임은 분초를 다투는 변화의 시대를 맞게 됐다. 조금만 더 냉정하게 판단해보자. 개개인이 스스로 시장을 만들어가고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혁명적인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서, 그에 맞는 앱을 설치하고,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는 것을 어찌 막겠다는 것인가? 그 시장이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과정에서야 갖가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예기치 않은 상황도 맞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늘 시장의 소비자가 하는 것이며, 그리 멀지않은 곳까지 성큼 다가온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어찌 막겠다는 것인가.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그렇지 않다. 시장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반드시 정책에 미비점이 있다는 것이고, 집단과 진영의 갈등 뒤에는 제도의 결함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풀 서비스 도입에 대해 나라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시끄러운 것 역시도 정부의 책임이 크다. 우리나라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방향이 같거나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들이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카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여서, 고유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자는 측면이 있었고, 출퇴근길 극심한 교통체증에 대응하기 위해 카풀을 적극 권장하고, 심지어는 도로 곳곳에 카풀 전용 표시판이 설치된 승강장도 있었다. 다만 그때의 카풀은 정부와 관이 주도하는 경향이 강했고, 카풀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의 소통 수단이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 폰과 앱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은 그 이전의 형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수동적이고, 정체된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카풀에 대해서도 돈을 주고받는 영리의 목적은 불허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는 글로벌 시대에 출퇴근의 개념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어느 정도의 비용을 기준으로 영리와 비영리를 구분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변해야 한다. 결국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고, 자생력을 키워갈 수밖에 없는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시급한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합의되지 않은 공유경제의 개념을 만들어가고, 공익과 사익의 구분을 갖는 플랫폼을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에서도 공유경제의 모호성으로 인한 혼란이 초래되고 있으며, 오히려 대기업의 사업기반을 확대하는 기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카풀 논란이 단순히 택시업계의 수익구조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구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익적 가치를 앞에 놓고 밀어붙여야 한다. 바로 그럴 때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고,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