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눈물을 허락하라 김영식 |
| 2018년 12월 25일(화) 18: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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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하얀 눈이 내리는 골목길에 홀로 걸어가는 어느 아버지의 뒷모습은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하는 한 장의 사진 같다. 이제 길거리의 낙엽도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겨놓은 모습이 흡사 우리의 모습이다. 공원 옆 포장마차에서 어묵국 한 사발에 소주 한 병을 시켜놓고 아무 말 없이 소주를 마시는 중년의 한 남자의 모습은 어제오늘의 모습은 아니지만 왠지 서글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학생들에게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웃는 동영상을 찍어 제출하는 리포트를 받으면서 함께 받은 한 통의 문자가 내 마음을 아리게 했다. 몇 달 전 직장에서 어쩔 수 없는 명예퇴직을 하시고 일거리 없이 거의 매일 집에 계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 가고 있던 어느 날 아들은 아버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아빠 저랑 웃음 동영상 하나 찍어요. 이거 과제인데 한 번 같이 해 보세요.”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야! 너는 지금 웃음이 나오냐.”라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가셨다. 다음날 다시 아버지께 함께 웃자고 제안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마지못해 웃는 시늉을 하면서 동영상을 찍어 주시더라는 거다. 그런데 동영상을 조금 찍다가 “그만하자”라는 말씀을 하시더라는 것 이었다.
그래도 아버지와 모처럼 웃는 시간이 좋았던 아들은 다음날 다시 한번 부탁을 했고, 함께 소리 내서 웃다가 아버지의 목에서 울컥하는 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셨다는 것이다. 아들의 어깨를 잡고 잠시 눈물을 흘리시던 아버지는 멋쩍은 듯 밖으로 나가셨고, 다음 날 얼마 만인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양복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시며 일자리를 찾으셨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함께 웃음을 통해 부자간의 소통은 말없이 이어졌고 아버지는 당당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세상으로 다시 나가셨다는 것이다. 아버지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린다는 글이었다.
아버지는 울지 못한다. 남자는 울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자라오면서 남자와 여자라는 양분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절 때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 라고 배웠고 또한 가르쳤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50대 남성의 사망률의 제일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심근경색증’이다. 가장으로서의 역할과 사회에서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많은 아버지들이 가슴을 쓸어안고 사망을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 그 아버지 아니 남자들에게 눈물을 허락하자. 한 남자의 진심 어린 눈물은 그 어떤 육체적 언어보다도 강하다. 삶의 힘든 무게 속에서 가끔은 호탕하게 웃기도 하지만 눈물도 흘릴 줄 아는 그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눈물은 몸속의 스트레스 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나면 가슴이 시원한 것이다. 바로 가슴의 답답했던 증상들이 울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해소되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여성들의 눈물도 그런 효과는 같다. 이제 남편과 함께 손을 잡고 슬픈 영화 한 편 보고 그가 살아온 질곡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등을 쓸어주자. 우리 남자들은 위로받고 싶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노래의 70% 정도가 눈물과 관련된 노래라고 한다. 2년 전 영화 한 편을 아내와 보면서 많이 울었고 영화관에서 나와 국밥집에서 그동안 아내에게 숨겨왔던 나의 이야기들을 털어놓으며 많은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그 후로 내 아내는 나를 더 이해해줬고 힘들 때는 언제든지 그렇게 하라고 이해를 해주었다.
눈물을 억압받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폭력성을 띄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울음은 마음의 언어다. 차가운 바람만큼 이나 냉정한 세상에서 남자의 눈물을 허락해주는 마음 따듯한 세상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