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으로 만드는 광주 마을공동체] (7)문산마을네트워크회의 온 마을이 행복한 나눔 배움터 함께 만들어요 주민 사랑방 ‘햇살마루도서관’ 소통공간 역할 꿈C프로젝트로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틀 마련 마을학교 톡톡 등 청소년 진로 프로그램 진행 최환준 기자

2018년 12월 26일(수) 19:19

문산마을네트워크회의는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마을 공동체를 조성하기 위해 ‘마을학교 톡톡’과 ‘마을학교 꿈C’ 등 다양한 마을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북구 문화근린공원일대에서 열린 ‘문산마을문화제’에서 아이들이 오카리나를 불고 있는 모습.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마을공동체를 꿈꾸는 곳이 있다. 온 동네가 학습의 장이자 배움터로 조성된 광주 북구 문산마을이다. 이 마을은 16개 단체가 모여 문산마을네트워크회의를 결성하고 삶과 예술이 담긴 마을학교를 운영하며, 희미해진 마을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다양한 마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문산마을은 행정구역 지명이 아닌 광주 북구 삼각산 아래 옛 마을 이름이다. 마을길과 하천, 논과 밭이었던 이곳은 1991년 택지개발을 시작으로 아파트와 상가, 주택지가 들어서면서 문흥1동과 문흥2동, 오치1동을 아우르는 문흥지구로 불리고 있다.

특히 광주 전역으로 이동이 쉬운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확보하고 있으며 마을공원과 북구청소년수련관, 북구문화의집 등 생활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 초등학교 5곳, 중학교 4곳, 고등학교 2곳 등 교육환경도 우수하다.

이 같은 문산마을에도 큰 고민이 있었다. 급격한 인구유입과 도시화로 공동체 의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동주거 시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웃에 누가 살고 있는 지 무관심 속에 서로 소통하는 문화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최근 문산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주민과 교사, 행정이 협력해 마을의 경계를 허물어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이 참여하는 마을 배움터를 하나, 둘 조성한 것이다.

출발점은 마을의 사랑방인 작은도서관 만들기다. 2010년 마을 주민들은 동네에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주민모임을 시작했다. 마을 주민모임인 마을공동체 씨앗모임은 화요강좌 ‘꿈C 프로젝트 마을길에서 배운다’를 통해 희미해진 마을공동체를 다시 회복시켜 나갔다.

주민 사랑방인 작은도서관은 2012년 공사를 거쳐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도서관 실무회의와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햇살마루도서관을 운영하고 다음해 정식 개관했다.

그리고 ‘꿈C 프로젝트’가 이 도서관에서 시작됐다. 문산마을은 서로의 꿈을 부추기는 ‘꿈C 프로젝트’를 통해 마을공동체의 씨앗을 키우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을 공동체를 상상하며 ‘마을학교 꿈C’와 마을축제인 ‘人人 어울마당’을 기획하고 배움을 통해 나눔을 실천했다.

문흥2동 주민자치위원회에 준비한 ‘흥부 박 타기’ 체험부스(왼쪽)와 마을의 이모·삼촌들에게 경험을 배우는 ‘청소년 생활의 기술’ 프로그램.

이 과정을 거치면서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과 공간이 생겨났다. 이미지스튜디오부터 새봄꽃집, 자운영아트, 김군 카페까지 자신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마을 주민들의 동아리 활동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또한 인문학모임과 어린이 방과후 교실, 작은 동아리활동 등 ‘마을과 사람’이 만나 공동체의 즐거움을 학습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문산마을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마을 활동 참여율이 저조한 ‘청소년’과 관계를 맺는 것이었다. 문산마을 주민들은 청소년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청소년 생활의 기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마을의 삼촌과 이모들이 단추달기, 다림질의 기술, 목공의 기술, 재활용의 기술, 캠프의 기술, 응급처치의 기술, 자연물로 도구 만드는 기술 등의 경험을 청소년들에게 전달했다.

처음에는 쑥쓰러워 하던 아이들이 금새 ‘이건 어떻게 해요?’라며 호기심을 보였고 이제는 단순한 기술이나 강습을 넘어 마을 공동체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문산마을은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배움의 공간과 진로 방향 설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6년 문산마을교육공동체를 구성, ‘마을학교 톡톡’을 운영하고 있다.

교사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창의적 자원봉사’와 ‘마을 기록반(기자나 언론인을 꿈꾸는 청소년)’, ‘마을에서 만나는 멘토(글씨를 꿈꾸는 청소년)’, ‘무지개합창단’, ‘동아리 자유학기제(마을길 생태이야기, 생태텃밭이야기, 청소년 인권교육 등)’, ‘공동체놀이’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마을학교 톡톡’을 통해 마을 밖에 멀리 시선을 두고 꿈을 그리던 청소년이 이제는 마을 안에서 배움을 통해 꿈을 키우며 나눔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그 경험은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며 교육활동을 통해 과정이 소중해지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아리 활성화로 공동체문화 확산”

박태규 문산마을회의 대표

“동아리모임 활성화로 마을 분위기가 점점 밝아지고 있어요.”

문산마을네트워크회의 박태규 대표는 “마을공동체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사람이 만나고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마을활동의 즐거움은 더욱 깊어지고 나눔과 소통의 맛은 진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마을의 사랑방인 작은 도서관 설립을 계기로 문산마을의 첫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을사람들의 꿈을 물어주는 ‘꿈C 프로젝트 길에서 배운다’를 통해 주민들의 마을조사와 네트워크가 이뤄지면서 마을공동체 조성의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마을공동체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마을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며 “‘마을학교 꿈C’는 감성잡기, 솜씨언니, 청춘학당, 생태여행, 인권사랑방, 문산마을촛불, ‘배배우프로젝트’(배우고 배워서 배우되기), 마을작가발굴프로젝트, 변신나이트 등 동아리활동으로 마을활동에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마을 동아리 가운데 솜씨언니는 평소 주민 배움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여성인력을 강사로 양성해 학교 자유학기와 탄력주간 등에 솜씨 있는 주민들이 일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마을의 이모와 삼촌으로 구성된 마을선생님들이 ‘마을학교 꿈C’ 각 동아리에서 배움과 학습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삶의 기술과 경험을 나눠주면서 마을공동체를 조성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과정은 느리고 결과는 눈에 빨리 보이지 않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다 함께 마을활동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린이와 청소년, 마을주민 모두 건강한 웃음소리가 넘치는 마을이 될 수 있도록 마을 네트워크의 연대를 소중하게 여기며 공동체 관계 맺기에 더욱 집중하고 노력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최환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