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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기본적 책무는 무엇인가?

김희준
L.K.B&Partners 대표변호사
(전 광주지검 차장검사)

2018년 12월 27일(목) 17:07

최근 고등학교 동창 두 명이 일주일 간격으로 연달아 자살을 했다. 동창들 사이에서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함께 했던 추억들을 생각하면서 깊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생활고에 시달려오다가 앞으로도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방법이 없자 삶을 비관해 자살을 했다고 한다. 50대 이후부터 직장에서 서서히 은퇴하면서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은퇴 이후의 새로운 삶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스러워 한다. 갑작스러운 수입 감소에 힘들어하고 앞으로 더 나아질 가능성도 희박하니 비관적인 결단까지 내리게 된다. 필자도 어느덧 50대에 접어 들다보니 주변에서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에 불안해 하면서 퇴직이후의 삶에 대해 걱정하는 친구들을 흔치 않게 보게 된다. 우리나라도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면서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100세까지 수명이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이는 그만큼 은퇴이후의 노년생활이 길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명의 연장은 어떤 이에게는 축복이 되지만 다른 이에게는 불행이 될 수 있다. 행복일지 불행일지 여부를 가르는 가장 큰 기준점은 건강과 더불어 경제적인 안정성 확보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현 정부 출범 후 최초의 데드크로스 현상이어서 대다수 언론에서는 대서특필을 했다. 역크로스는 긍정적 평가보다 부정적 평가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그 원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0대 남성층에서 지지율이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20대 남성층은 이 정부의 탄생의 주도세력이었고 열렬한 지지자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등을 돌린 것이어서, 정부와 여당의 충격은 사뭇 남달라 보였다. 집권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산토끼들이 도망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확고한 집토끼마저 떠나기 시작하니 당연히 그럴 법도 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혹자는 20대 남성들의 롤게임 중독에서 찾다가 인터넷상에서 그들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에 대한 경제적 희망이 없다는데 그 본질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리 세대만 하더라도 국가적으로 성장기에 있어서 일자리가 지금보다는 더 많았고 자신이 노력을 한 만큼 어느 정도 경제적 성취 달성이 가능했다. 성실하게 일해서 열심히 저축하면 자신이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다는 꿈도 이룰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어떠한가? 국가적으로 경제적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경제의 활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경제는 침체하는데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월급쟁이가 아무리 열심히 저축을 해도 평생 집 한 채 사기 어렵게 됐다. 특히 아파트 한 채에 수십억원을 달하는 강남지역의 경우 정상적인 근로와 저축만으로는 이를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와 같이 현재의 경제상황과 전망은 은퇴세대나 20대 신진세대나 모두 힘들다. 은퇴세대는 앞으로 먹고 살 방법이 마땅히 없어 답답하고, 20대는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본 들 취업도 어렵고 경제적 성취도 어려워서 희망을 품고 살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개인들은 좌절할 수밖에 없고 자포자기하게 된다. 현실을 원망하게 되고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국가의 가장 중요한 기본적 책무는 무엇일까? 국민들의 안심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노후걱정과 취업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하에서 다른 정책의 추진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나 행복추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신성장동력산업의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먹여 살려왔던 조선업, 스마트폰 사업 등은 중국에 사실상 따라잡혔고 유일하게 남아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도 중국에 따라 잡히기 일보 직전이다. 지금 당장 정부에서는 차세대성장산업 육성에 집중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 이 부분에 온 역량을 집중해 내년부터는 진짜 일자리가 늘어나고 노후 걱정 없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