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부도의 날’과 세월호 참사 현장의 닮은 꼴 정준호 |
| 2018년 12월 30일(일) 17: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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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21일, 당시 김영삼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채 안 된것 같은 해 10월 27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한국경제는 기초가 튼실하다”며 금융위기설을 일축했었다.
2016년 4월 16일 진도팽목항 인근 세월호 참사 현장. 이미 배가 좌현으로 기울어 침몰 직전이었음에도 배 안에서는 “위험하니 배 안에서 침착하게 대기하라”는 방송만 되풀이 되었다. 침몰과 함께 수백 명의 생명이 수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방송사는 탑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오보를 내보냈고, 다른 언론사들도 이를 앞 다투며 보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전 10시경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다가 어디론가 사라져 이날 오후에서야 모습을 나타냈다. 그리고 사고 현장에서는 295명이 사망하였고, 9명이 실종되었다.
최근 극장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국가부도의 날’ 영화를 보고 난 후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다시는 속지 말자”이다. 이 영화는 예견된, 혹은 이미 벌어진 일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런 해묵은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난 감상문을 쓰려는 것이 아니라 요즘의 흉흉한 민심 때문이다. 제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자영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일관되게 ‘소득주도 성장’만 되풀이하고 위기는 아니라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어 시민들의 입장은 답답하다. 최저임금인상을 비롯한 소득주도 성장의 정책은 오히려 지급능력이 취약한 중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고, 청년실업의 갈증은 좀처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직 출범 2년차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지만 민심은 기대와 인내심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호남민심마저 돌아서기 시작하면 큰일이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들린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믐날 현재 문재인 정부는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분명 남북의 평화정책은 옳은 것이며, 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 역시 적지 않을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정작 서민들은 우선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지인 한사람이 ‘평화가 경제다’라는 현수막에 대해 ‘지금은 경제가 평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이 그것을 그대로 써 먹고 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맞다의 문제가 아니라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제대로 가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원천적으로 지금의 경제현실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과 질서에 아무런 대응과 준비를 하지 않았던 탓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문재인 정부는 지금의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과거 정권의 무능과 실정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늦었다는 점이다.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남북의 평화가 하루아침에 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의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은 남북문제가 단순히 남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더 잘 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며 국회에서 큰소리쳤다가 개성공단부터 문을 닫게 만들었다. 지금의 남북평화정책을 박근혜식 통일정책과 비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은 남북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정원과 검찰과 경찰 그리고 이제 사법부까지 적폐청산을 이야기하지만 속시원한 결과를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정책에 대한 전망과 분석은 많은 의견 차이가 있지만 경제 혁신에 대한 성과는 언급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갑질 횡포 기업 몇 군데에 손을 댄 정도였다.
새해를 맞는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과거의 잘못된 정부들이 저질러 왔던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다가 회생의 기회마저 놓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부터 철저히 진단하고 점검해서 잘못된 방향과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임중도원. 그 말처럼 문재인 정부의 갈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국민들은 여전히 목마름으로 정부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