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해년’ 새해를 맞으며 이윤배 |
| 2019년 01월 07일(월) 1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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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무술년(戊戌年), 묵은해가 역사의 뒤안길로 영원히 사라지고 ‘황금 돼지의 해’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힘차게 밝았다. 무술년은 남북 관계에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격동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과 평양에서 두 차례 열려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하며 한반도에 대한 평화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상호 적대 관계를 일부 청산하고 미군 유해 송환을 재개하는 등 신뢰를 쌓기도 했다. 그러나 6·12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로의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성사된, 고도의 정치 쇼와 연출이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소문난 잔칫집 먹을 것 없다”라는 속담처럼 북한의 완전 비핵화에 대한 가시적인 소득은 아직은 미미하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이 열려 DMZ 내의 감시 초소를 시범적으로 철거했다. JSA 내에서 상호 무장 해제와 함께 자유 왕래를 허용하고, 남북 철도 연결 착공식을 하는 등 진일보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국제 사회의 바람대로 실질적이고도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지향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심스럽다. 지난 휴전 협정 65년 동안 북한은 알게 모르게 수없이 많은 불법 도발을 자행해 왔다. 남북이 합의한 약속마저도 이런저런 군색한 변명과 함께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몽니를 부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 행태는 지금도 여전하다.
그리고 자신의 친 고모부는 물론 최측근들을 화염방사기 등으로 잔인하게 공개 처형한 김정은 위원장의 잔인성과 포악성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희석되고 미화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그뿐만이 아니다.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북한의 인권 실태는 현재 끔찍한 상황이다. 유엔에서 올해까지 10년 연속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한 사실이 이를 극명하게 증명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렵사리 재개된 남북 대화가 다시금 막힐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염려 때문에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문제에 관한 한, 냉정하고 냉철한 이성적 판단이 필요할 뿐, 어쭙잖은 감상에 젖은 낙관은 금물이다.
촛불 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 2년 동안 남북문제와 해외 순방 외교는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실타래처럼 뒤엉킨 국내문제는 시원한 해답도, 해결책도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적폐청산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더디기만 하고, 체감 경제는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금년도 경제 상황 역시 불투명하고, 국민 71%가 여전히 올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실업 또한 경제부총리까지 경질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북문제나 해외 순방 외교보다는 국내문제 해결에 방점을 두고 더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제1 순위가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경제가 살아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 일자리가 창출되면 청년 실업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따라서 각종 정부 규제를 과감히 풀어 기업들이 쌓아 놓은 자금을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에 나가 있는 공장들이 다시금 국내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확대하고 법적·제도적 보장장치를 만들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곳곳에 여전히 만연된 적폐청산에도 가속도가 더 붙어야 한다.
국정을 농단하고 사리사욕만 채운 전(前) 정권들과 별반 다름없는 정권 탄생을 염원하며, 2016년 국민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든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기해년 마지막 날을 맞았을 때, 모든 국민이 기쁨 속에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