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 특성 맞게 탄력근로제 시행해야 김기태 |
| 2019년 01월 08일(화) 1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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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 다양한 변화가 각계 분야에서 예고되고 있다. 노동 분야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탄력근로제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시간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감이 많을 때와 적을 때를 구분해 탄력적으로 근로시간을 조정·운용 할 수 있는 제도다. 여러 상황에 따른 업무량 변화가 큰 산업의 효율적 인력운용을 위해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경우는 2주 단위로,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3개월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OECD 국가 중 항상 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그만큼 수많은 근로자가 장시간 노동에 노출돼 있다는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 높은 자살률과 최하위권인 국민행복지수, 열악한 노동 생산성, 산업재해 등의 주요 요인이 돼왔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알렸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한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지향해 오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제는 그 일환의 하나다. 현재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0년을 거쳐 2021년 7월1일부터는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동 제도 도입초기 건설업계 등은 공기연장에 따른 공사비 증가를 일부 근로자들은 임금감소 등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근로시간 단축제 유예가 끝나는 올해부터는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근로시간 단축으로 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근로시간 축소로 근로자 임금은 관리직의 경우 13%, 기능인력은 8.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업무량 변화가 큰 업종의 경우 현행 3개월의 탄력근로제가 활용도면에서 지극히 떨어진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최장 1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하자 노동계가 발칵 뒤집힌 것이다.
현재 정부와 국회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제 보완책 마련은 본격화되고 있다. 얼마 전 국무총리도 조선업종을 예로 들며 모든 업종별로 특성에 맞는 근로시간 단축제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미 국회는 동 제도의 보완책 마련을 위한 대토론회도 가진바 있다. 공기연장 및 공사비 증액, 진행 중인 공사의 적용 제외, 추가 인력 배치에 따른 지원, 특별연장근로 대상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해외 건설현장 특례 적용 등의 다양한 개선방안이 쏟아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국회 의원입법시스템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해당 법령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을 기존 2주와 3개월에서 각각 2개월과 1년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건설업 등 업종별 특성에 맞는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매번 기업과 근로자 사이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듯 한 정부 정책 운용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정책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일자리 나눔이라는 정부 기대와 달리 수많은 일자리가 증발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앞서 시간제 근로자 처우개선을 위한 최저임금 상향 문제는 많은 논란을 낳았었고, 오히려 서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는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알다시피 건설업은 열악한 고용환경으로 인해 청년들을 건설일자리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일선 현장의 국내 근로자 대부분은 고령의 나이로 지금의 청년세대와는 단절이 걱정될 처지다. 건설업 종사를 3D 업종으로 치부하는 사회현실과 열악한 처우 개선이 급선무다. 선진국의 체계적인 기능인력 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건설종사업도 당당한 스마트한 업종으로의 변화를 꽤해 사회 전반적인 인식을 전환시켜야만 할 때다.
근로시간 단축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선진국의 경우도 적절한 유예기간을 두거나 장기간에 걸쳐 근로시간을 줄였다고 한다. 지금처럼 모든 업종에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곤란하다. 업종별로 특성에 맞는 보완책이 나와야만 한다. 다만,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옛말이 보여주듯, 작고 힘든 직업에 종사할 지라도 당사자의 만족감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회가 우선이다.